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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4. 2021

드라마5:보르지아(The Borgias)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타락한 교황가의 이야기

가끔 미국 드라마를 감상한다. 미국 드라마를 볼 때 처음에는 잔뜩 기대를 가지고 보다가 실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른 걸 떠나 스토리 자체가 엉성하고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여러 번 봤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TV 드라마는 역시 막장이 많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끔가다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난다. 그동안 시청한 미국 드라마 중 <왕좌의 게임>은 가장 기억에 남으며, 이번에 소개하는 <보르지아> 역시 아주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다. <보르지아>(The Borgias)는 르네상스 시대의 로마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가족을 중심으로, 바티칸 내에서의 음모와 모략, 배신이 춤추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다툼을 주제로 하고 있다. 2011년에 시즌1이 시작되어 시즌3까지 제작되었다.


로마 바티칸을 둘러싼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제노바 등 이탈리아 도시들 간의 대립과 배신, 전쟁, 그리고 이탈리아 전쟁에 개입하는 프랑스 등 당시 유럽 문화 중심국들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과 외교 등 르네상스 당시의 남부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강렬한 캐릭터와 화려한 영상미 그리고 막장 드라마와 같은 가족사 등도 드라마의 흥미를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로드리고 보르지아>는 스페인 출신으로 권모술수의 화신이다. 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추기경에서 교황의 자리에 올라 <알렉산데르 6세>(Alexander Ⅵ)가 된다. 그는 교황으로 드물게 사실혼 관계의 처와 4명의 남매를 두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실존하였던 교황가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므로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픽션이 가미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알렉산데르 6세>는 워낙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야사(野史) 성 기록도 많이 남아있다. 드라마의 흥미를 위해 이러한 야사의 기록도 적절히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로드리고(알렉산데르 6세)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처는 창녀 출신이며, 로드리고는 아름다운 여성을 새로운 정부로 만든다. 권모술수를 동원하여 교황의 자리에 오른 로드리고는 도시국가들 간의 암투와 프랑스라는 초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술수와 모략으로 이들을 움직여 점차 교회권력의 장악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강력한 군주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알렉산데르 6세>와 그 가족들의 사생활은 거의 막장 수준으로 엉망이다.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 <체자레 보르지아>는 매우 잔인하고 냉혹한 전략가로서, 그런 면에서는 아버지를 제일 빼닮은 아들이다. <마키아벨리>는 <체자레 보르지아>의 집사로 등장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바로 이 <체자레 보르지아>을 모델로 하여 쓴 책으로서, <마키아벨리>는 체자레를 군주의 모범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의 시각에서 보면 현대 국가에서는 체자레는 결코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탈리아 도시국가 간의 분쟁에 적절히 개입하여 도시 사이를 이간질도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재도 하면서 권력을 키워나가는 <알렉산데르 6세>에게 초강대국 프랑스의 이탈리아 분쟁 개입은 큰 위협이 된다. 그러나 장기인 모략과 음모를 통해 프랑스마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알렉산데르 6세>는 점점 더 권력을 공고히 한다. 이와 함께 자신을 위협하는 종교적 도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피로서 응징한다.

유럽의 중세는 신(神)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거나, 신의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화형과 같은 가혹한 처벌이 내려졌다. 이렇게 신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사회에서는 처벌이라는 물리적 위협이 없더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믿었을 것이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고, 또 대부분이 모태신앙이었으므로 자라는 과정에서 신의 존재가 생활의 일부로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대에도 “신의 존재”를 믿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고 단정한다. 도대체 어떤 간 큰 사람들이 그 시대에 신을 부정하였을까? 바로 신을 팔아서 자기의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고 영달을 꾀한 사람들이다. 바로 교황(敎皇)을 비롯한 추기경, 대주교 등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고 단정한다. 만약 그들이 신의 존재를 믿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신이 하지 말라는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을 그렇게 골라가면서 다 하였겠는가?


<보르지아>는 오락성이 아주 높은 재미있는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종교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이다.


(2018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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