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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10. 2021

LH 공사 직원투기 의혹후속조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입법 가능할 것인가?

LH 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은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행위에 대한 엄정한 징벌이 가능할 것인가? 많은 분들이 이들을 감옥에 처넣어야 하고 그들이 얻은 부당 이득을 몇 배로 하여 환수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이미 뉴스에서도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에 대한 형사적 제재(징역, 벌금, 추징금 등)는 수사당국이 국민 정서를 등에 업고 상당히 무리한 수사를 하지 않는 한 그리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형사 범죄에 있어서는 증거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내부 감사 및 감사원 등 외부 감사를 통한 제재가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왕 일은 벌어진 것이고, LH 공사 직원들에 대한 제재는 행정적 혹은 형사적 절차에 맡기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못하도록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번 LH 공사 사태로 인해 온 국민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형성되어 있는 지금, 국민 여론에 따라 빨리 이에 관한 입법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그것이 쉽게 될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만약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지나치게 순진하다고 생각한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적 기반을 갖추는 데 있어서 영향력이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해충돌 행위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기득권 측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행위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은 대부분 국가제도나 정책의 수립에 있어서 영향력을 거의 갖지 못한 이들이다. 


공공개발 등을 둘러싸고 이해충돌의 문제는 벌써 몇십 년 전부터 수시로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에 대한 제도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그것이 입법부의 무능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 제도가 지금까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것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 국민들의 분노의 여론이 높아 정치인이나 언론인 등 소위 제도 구축에 영향력이 강한 사람들도 모두 한 목소리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목소리는 이해충돌 방지가 필요하다는 대의명분에 편승하면서도, 당장 이를 위한 구체적인 법률 제정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하는 소리이다. 막상 실제로 이를 위한 입법을 하려고 한다면, 제도 마련이란 대의에는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 법과 관련한 하나하나의 문제에 대해 딴지를 걸면서 반대 작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증권거래와 관련하여서는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엄격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이 외에도 개별 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 윤리법>이다. 이 법의 제2조의2에서는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선언적 조항에 불과한 것으로서, 위반행위에 대한 벌칙 조항은 없다. 


이외에도 공직자에 의한 이해충돌에 대해서는 공무원법이나 형법 등 다른 여러 법률에 의해서도 제재가 가능은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법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법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이란 특수한 행위를 철저히 배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LH 공사 사태 같은 사건도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자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은 수많은 쟁점을 포괄한다. 이해충돌과 관련하여 대상자를 본인에 한정할 것인가, 아니면 본인과 배우자, 혹은 본인 및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더 나아가서는 형제나 친인척까지 포함시킬 것인가? 이미 이 단계에서 수많은 찬반 의견과 격론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대상이 되는 이해충돌 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단지 토지개발과 관련한 부분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범위를 더 확대하여야 할 것인가? 


판검사들의 전관예우도 결국 이해충돌의 문제이며, 얼마 전에는 검찰 고위간부가 퇴임 후 변호사를 개업하면서 퇴임 직전 자기가 담당하였던 사건을 수임하였다고 한다. 내용적으로는 LH 공사 직원보다 훨씬 더 악질적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자신의 이익과 별 관계가 없으니, 이런 일에는 분노도 하지 않는다. 법무법인 등에 취업한 전직 고위 공무원들의 로비행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에 대한 지휘, 감독 기능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활동, 입법활동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익(공적 이익이든 사적 이익이든)을 위하여 소관 부처를 압박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있다. 이런 행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나하나가 쟁점들이다. 


만약 지금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어떤 정파나 또 언론 등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법이 있는데 옥상옥의 규제니, 과잉 입법이니 하는 시비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있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니까, 있는 법이나 먼저 제대로 작동하고 나서 특별법을 이야기하라는 주장도 나올 것이다. 그리고 적용 대상을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로 한정하면 직계 존비속이나 친인척을 통해서 다 해먹을 텐데 그런 규제는 있으나 마나 하다고 나올 것이다. 그래서 만약 범위를 넓히면 “현대판 연좌제”라고 욕을 할 것이다. 


부동산 개발 관련 분야에만 한정할 경우, LH 나 국토부 기타 관련 분야들은 “왜 우리만”이라고 불만을 토할 것이다. 법조인에게 이를 적용시키려 든다면 정권에 미운털 박힌 판검사들에 대한 보복이라 할 것이다. 출입처에서 “좋은 정보”에 접할 수 있는 기자들에게 법을 적용하려 한다면 “언론 탄압”이라 할 것이다. 서울대 병원, 세브란스 병원, 삼성병원 등 일반 사람들이 입원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급 병원들도 “잘 아는 사람”을 통하면 새치기로 입원할 수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 법을 병원에 적용하면 의사들에 대한 보독이라 할 것이다. 


지금 현재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 법이 안고 있는 이러한 속성 때문인 것이다. 당초 김영란 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이해충돌과 관련하여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입법 과정에서 이상과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알력과 방해행위로 인해 유명무실한 법으로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제도의 구축이란 것이 얼마나 순진하고 달콤한 생각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이해충돌 방지 입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런 만큼 이 제도의 실질적이며 최종적인 수혜자인 일반 국민들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 법은 이상과 같은 여러 어려움을 안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지지가 없는 한 입법이 어렵다. 


그런데, 지금이야 국민들이 모두 이 제도를 적극적이고 일관되게 지지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막상 이 법이 입법 절차를 밟게 되면 이 법 또한 진영 논리로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 모든 정파나 이익집단들이 이해충돌 방지라는 대의(大義)에는 찬성하는 것같이 보이면서, 앞에서 예시한 바와 같은 여러 쟁점들에 대해 시비를 걸면서 입법을 저지하거나 유명무실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은 이 이해충돌 방지 제도 역시 진영 논리로 갈라져 논쟁을 하는 가운데, 배가 산으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제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원칙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환영하는 듯한 정책을 실제로 추진하기가 그리고 국민들의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지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두 가지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 1만 원이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모든 후보자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현재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은 후보들 가운데 이에 대한 가장 소극적인 정책을 내놓은 홍준표 후보의 공약에 조차도 못 미치는 정도이다. 즉 지금 야당의 공약도 현재의 제도보다는 진전된 것이었다. 이렇게 모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하였지만, 선거 당시에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을 구체화하자 그때까지 입을 닫고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먼저 야당에서 극렬하게 반대하였으며, 재계는 재계대로, 중소기업, 언론, 학자, 자영업자 등 각계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반대하였다. 반대로 이 정책의 수혜자가 되는 사람들이나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다. 


두 번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다. 이 공약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대통령 선거 때 현재의 여당과 야당 모두가 공약한 것이었다. 이미 그때부터 비대해진 검찰 권력의 문제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여야가 모두 내건 공약이었다. 그리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에서 이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반대의견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막상 공비처가 구체화되자, 이것은 극렬한 정쟁의 대상으로 되고 말았다. 혹자는 현재의 공비처와 관련한 독소조항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반대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한 때는 모든 국민이 환영하였다고 생각되는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문제는 진영논리로 변질되고 말았다. 나는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률도 만약 그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된다면 위의 두 정책의 전철을 밟아 진영 논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인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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