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음(荒淫)에 빠진 로마의 독재자 칼리귤라의 폭정
칼리귤라(Caligula)는 로마제국의 제3대 황제로서 독재자로서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악평은 독재자로서 보다는 무분별한 탐욕과 성적인 문란 성에 대한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그는 왕위에 오른 지 4년이 채 되지 못한 시기에 부하 장군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의 성적 문란함과 기행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영화 <칼리귤라>(Caligula)는 칼리귤라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본격적인 권력투쟁을 시작한 때로부터 그의 죽음에 이르는 기간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80년 이태리와 미국의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평가가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그냥 사극을 표방한 포르노 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영화의 표현 기법이나 인물 묘사 등의 면에서 아주 뛰어난 예술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도 있다. 예술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엽기적이고 기괴한 분위기의 에로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는 단순한 에로 영화를 넘어 감독의 어떤 미적 감각을 추구해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 당시 남성용 성인잡지인 <펜트 하우스> 지의 사장이 약 46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여 제작하였다. 표면적으로는 로마제국 황제인 칼리귤라의 방탕과 잔인함을 그린 중후한 역사 초대작을 표방하였지만, 실제로는 포르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협회를 통하지 않고 비밀리에 촬영이 이루어졌으며, 뉴욕에서는 극장 하나를 통째로 사들여 그곳에서 공개하였는데, 대히트를 쳤다.
이 영화의 감독은 틴토 브라스(Tinto Brass)인데, 그는 이태리에서 포르노 영화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에는 당시 이태리 영화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던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하여 이태리 영화 최대의 호화 캐스트라는 평을 얻었다. 그러나 영화에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들이 너무나 많이 나와 배우들이 연기를 거부하는 등 많은 불협화음이 생겨났다. 이 때문에 많은 장면에서 펜트 하우스 지의 모델들을 대역으로 출연시켰다고 한다. 당초 이 영화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하나, 이러한 정치적 풍자성은 많이 희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칼리귤라는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증손자이다. 그는 여동생이자 애인인 드루시아와 사랑에 빠져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면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 황제인 티벨리우스는 칼리귤라의 양할아버지로서 카프리 섬의 별장에 은거하여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 티벨리우스의 양자인 칼리귤라의 친아버지는 이미 사망하였다. 티벨리우스가 불러 칼리귤라는 카프리 섬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칼리귤라는 이상 성적 취향에 빠져 있는 황제와 쇠퇴해가는 로마의 모습을 보게 된다.
티벨리우스는 자신의 친손자인 게멜루스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칼리귤라를 독살하려 하지만, 칼리귤라가 도리어 역습한다. 칼리귤라가 티벨리우스를 죽이려는 모습을 칼리귤라의 친위대장인 마크로가 보고 말았다. 칼리귤라는 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고, 마클로 하여금 티벨리우스를 목졸라 죽이도록 한다. 이렇게 칼리귤라는 티벨리우스를 살해하고 제3대 로마 황제 자리에 올랐다.
황제 자리에 오른 칼리귤라는 폭정을 한다. 먼저 자신의 최측근으로서 자신의 아내까지 칼리귤라에게 바친 친위대장 마크로를 처형해버린다. 자신을 능가하는 권력을 쥘까 두려워서이다. 잔디깎기 기계를 이용하여 마크로를 처형하는데, 이 장면은 잔학적인 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정부(情夫)로 삼았던 마크로의 아내도 추방해버린다. 그런 다음 칼리귤라는 사랑하는 여동생 드루실라와 결혼하려 하지만, 이것은 로마 법률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다. 고민 끝에 드루실라의 조언을 받아들여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드루실라는 신전에서 일하는 무녀(巫女) 가운데서 칼리귤라의 아내를 선발하려 한다. 그런데 칼리귤라는 그 무녀들 가운데서도 가장 음란한 이혼 경력을 가진 카에소니아를 마음에 들어 한다. 드루실라는 맹반대하지만, 칼리귤라는 반대를 뿌리치고 카에소니아를 왕비로 맞아들인다. 그런 가운데서도 칼리귤라는 병사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신랑, 신부 모두를 강간하는 등 변태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대 황제 티벨리우스의 친손자인 게멜루스에게 누명을 씌워 처형하며, 이 일로 귀족들은 칼리귤라에게 반감을 갖게 된다.
그런 가운데 칼리귤라는 열병에 걸리고, 드루실라가 그를 간호하다가 그녀 역시 열병에 걸린다. 칼리귤라는 병에서 회복되지만, 드루실라는 병으로 죽고 만다. 사랑하는 드루실라를 잃은 충격으로 칼리귤라의 광기는 이제 통제되지 않게 되어, 그의 치세는 광란으로 치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