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Nov 27. 2022

영화: 꽃과 뱀(花と蛇)

관능소설의 거장 단 오니로쿠(団鬼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이전에 이 블로그에서 단 오니로쿠(団鬼六)란 일본의 소설가를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섹스를 주제로 하는 관능소설(官能小說)이 문학의 한 분야로서 자리 잡고 있는데, 단 오니로쿠는 관능소설 분야의 제1인 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420009227


일본에서는 수없이 많은 관능소설 전문 소설가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는 단 오니로쿠보다 더 인기가 있거나 또는 더 많은 작품을 쓴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그는 2011년 사망하기까지 80세에 이르기까지 현역에서 활동하여 젊은 사람들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본 관능소설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그가 일본 관능 소설계의 일인자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아닐 것이다. 


단 오니로쿠는 관능소설 가운데서도 특히 SM 소설(sadism & masochism)에 특화되어 있다. 그가 쓴 거의 대부분의 소설은 여자를 밧줄로 묶어 학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속에서 미(美)를 찾아내려는 탐미주의자의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나는 단 오니로쿠의 소설을 몇 권 정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다지 재미를 못 느껴 거의 읽는 도중 그만두었다.

단 오니로쿠와 그가 쓴 소설들

단 오니로쿠는 생전에 아마 몇백 편의 소설을 썼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그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꽃과 뱀>(花と蛇)이 될 것이다. 이 <꽃과 뱀>은 시리즈 작품으로서 10권 정도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관능소설 작가로서 활동하였지만 그다지 주목받은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꽃과 뱀>이 대히트를 쳐 그야말로 관능소설가로서 일세를 풍미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1974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이 영화 역시 대히트를 쳤고, 그로 인해 단 오니로쿠는 일류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후 단 오니로쿠는 <꽃과 뱀> 시리즈를 계속 집필하였고, 쓰는 족족 히트를 쳤다. 이러한 소설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로도 계속 제작되었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까지 대여섯편 정도의 영화가 제작된 걸로 알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꽃과 뱀>은 2003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나는 <꽃과 뱀> 영화로는 10여년 전에 첫 영화 작품인 1974년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으며, 이번 영화는 두 번째이다. 첫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의 배경 음악으로서 우리나라의 <봉선화>가 편곡되어 흘러나오는데, 봉선화의 곡이 그렇게 퇴폐적인 분위기로 변할 수 있는지 놀랐었다. 


<꽃과 뱀>(2003)의 개략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즈코(静子)는 세계적인 탱고 댄서인데, 토야마 빌딩의 사장인 토야마 다케요시(遠山隆義)의 아내이다. 그녀를 탐낸 다시로(田代)는 계략을 써서 토야마를 함정에 몰아넣는다. 재산을 모두 빼앗길 위험에 처한 토야마는 아내 시즈코를 다시로에게 넘기고, 다시로는 그녀를 성노예로 만들어 SM 회원제 클럽에 출연시킨다. 시즈코는 이 지옥으로부터 탈출하려고 하지만 몇 번의 시도도 좌절되고, 점점 자포자기 상태가 된다. 


처음부터 시즈코를 탐낸 다시로는 나이가 95세인 노인이다. 그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즈코에게 탐닉하다가 결국 복상사하고 만다.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시즈코는 무사히 탈출하는데, 그곳에 남편인 토야마가 마중을 나온다. 알고보니 이 모든 일은 남편인 토야마의 계략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즈코는 토야마를 향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영화는 그렇고 그런 정도였는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시즈코 역을 맡은 스기모토 아야(杉本 彩)라는 배우에게 관심이 갔다. 이제까지 수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그녀만큼 섹시한 연기를 본 적이 없다. 배우이자 레이싱 걸, 가수, 댄서, 소설가, 사업가, 작사ㆍ작곡가 등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영화에 출연 당시 35세 정도의 나이였는데,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배우 스기모토 아야


작가의 이전글 영화: 사막의 라이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