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수사 드라마, 그 가운데서도 경찰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후지 TV에서 1997년 방영한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踊る大捜査線)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드라마의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 및 연극으로 제작되었다.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踊る大捜査線)은 드라마를 영화화한 첫 번째 작품으로서, 2000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 역시 큰 인기를 얻어 후속편의 속속 제작되었다.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踊る大捜査線)는 다른 수사 혹은 경찰 드라마(또는 영화)와는 몇 가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통 경찰 드라마는 범인을 체포하기까지의 추적 묘사나 총격전, 카 체이스 등 화려한 추격전, 테러와 같은 중대 사건을 해결하는 등 엔터테인먼트성이 높은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비하여 이 영화는 이러한 화려한 장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현실의 경찰 조직과 경찰의 실상을 보여주고 또 이를 풍자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 영화는 이야기는 만안경찰서(湾岸警察署)라는 가공의 경찰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마 동경만(東京灣), 그 가운데서도 오다이바(お台場) 일대를 관할하는 경찰서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오시마 형사(青島刑事)가 근무하는 만안 경찰서 근처의 하천 부지에서 사건이 발생하였다. 살인 사건이었는데, 피해자의 위 속에 곰인형이 들어있는 엽기적인 사건이다. 만안서의 경사들은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에 착수하지만, 그곳에 무로이 신지(室井慎次) 등 경찰 본부의 형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만안서로부터 수사권을 빼앗아 자신들이 이 사건을 담당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엽기적인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본부의 수사관들이 파견 나온 것에 아오시마는 의문을 품는다. 사실은 만안서 직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시청의 부총감이 만안서 관할 지역에서 유괴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또 비슷한 무렵 만안서의 형사들이 가지고 있던 업무비 사용 영수증이 차례차례 도난당한 사건도 동시에 일어난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면서 만안서 형사들은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지만, 아오시마 형사는 혼자서 수사를 계속한다. 그러던 중 아오시마 형사는 사건의 피해자들이 모두 “가상 살인사건 파일”이라는 홈페이지를 열람하였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렇게 (1) 위 속에 곰인형이 들어있는 살인사건 (2) 경찰 부총감 유괴사건 (3) 만안경찰서 업무비 영수증 도난사건이라는 세 가지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수사는 뒤죽박죽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만안경찰서 직원들에 대한 경찰본부 파견 수사관들의 노골적 무시, 본부에서 파견 나온 수사관들을 접대하기 위한 만안경찰서 직원들의 허둥대는 모습, 경찰본부 파견 직원 내부의 노골적인 수사권 다툼 등이 얽히면서도 수사는 진행된다. 드디어 유괴범으로부터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부총감을 살해하겠다는 메시지가 날아온다. 경찰은 아오시마에게 돈을 가져가라 하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범인을 잡으려고 하지만, 이 계획은 실패하고 도리어 범인들의 노여움을 산다.
아오시마는 “가상 살인사건 파일”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히나다(日向)라는 여자를 체포한다. 히나다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움직여 살인사건을 저지른 것이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살인을 즐기는 악인이다. 아오시마는 도저히 단서조차 찾을 수 없는 부총감 유괴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히나다를 이용하려 한다. 히나다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히나다에게 부총감 유괴범인에 대해 물어본다. 히나다는 구속복을 착용당한 채 아오시마와 대화한다. 이 장면은 영화 <양들의 침묵>을 패러디한 것이다. 사이코패스인 한니발 렉터의 자문을 받아 연속 살인범을 체포하는 장면과 같이 아오시마 형사는 렉터 박사가 착용한 것과 같은 구속복을 착용한 히나다와 대화한다.
아오시마로부터 사건 개요를 들은 히나다와 유괴범은 유치한 인물이라고 추측한다. 이번 유괴 사건은 동네 조무래기들이 장난 삼아 저지른 사건이라는 것이다. 아오시마는 히나다의 추축을 근거로 동네 아이들을 조사한 끝에 근처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에 묶인 채 갇혀 있는 부총감을 찾아낸다.
부총감을 유괴한 사람은 부총감의 아들의 친구인 사카시타(坂下)였다. 사카시타를 체포하기 위해 사카시타 집으로 간 아오시마는 아들을 지키려고 하는 사카시타의 엄마의 칼에 찔려 부상을 입는다. 병원에 실려간 아오시마는 3일이 지난 후 눈을 뜬다. 칼에 찔린 상처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수사를 한다고 동분서주한다고 잠을 거의 못 자서이다. 이렇게 해서 부총감 유괴사건도 무사히 마무리 짓는다.
남은 하나의 사건. 만안서 직원들의 영수증 도난 사건. 이것도 간단히 해결된다. 경찰서 운영 경비가 지출이 너무 많아 업무비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경찰서장의 꼼수에 의한 것이라고 판명된다.
이 영화는 그런데 수사 드라마치고는 너무나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히나다가 부총감의 유괴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도 납득이 가지 않으며, 너무나 작위적이다. 그리고 경찰본부와 일선 경찰서 간의 차별도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로서는 그다지 평가할 수 없는 작품인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큰 인기를 얻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