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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30. 2022

영화: 고향(故鄕)

산업화에 밀려 생활의 터전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가족의 이야기

이전에 일본 영화로서 소위 “타미꼬(民子) 3부작” 가운데 한 편인 <아득한 산이 부르는 소리>란 영화를 소개한 바 있다. 그 영화는 타미꼬 3부작의 마지막 편이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영화 <고향>(故鄕)은 타미꼬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이 영화는 1972년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이 이야기는 일본의 다도해라 할 수 있는 세토 내해(瀬戸内海)에 위치한 작은 섬에서 돌 운반선으로 생활하고 있는 타미꼬 일가가 고도 경제성장의 파도에 쫓겨 섬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려고 결심하기 까지를 그린 작품이다. 타미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아득한 산이 부르는 소리>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306435506


세토 내해의 작은 섬 쿠라바시 섬에 사는 이시자키 세이이치(石崎精一)와 그의 처 타미꼬(民子)는 낡은 작은 모래 운반선 야마토 호(大和丸)로 돌을 운반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두 딸 치아키(千秋)와 마유미, 그리고 세이이치의 아버지 젠조(仙造)와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다. 


세이이치는 가족들의 생계수단인 야마토 호가 낡아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것이 걱정이다. 그렇지만 세이이치는 지금까지 해온 이 일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타미꼬는 히로시마에 살고 있는 세이이치의 동생 겐지(健次)의 집을 찾아간다. 겐지는 이전에는 세이이치와 함께 야마토 호를 탔지만, 지금은 히로시마에서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겐지는 이제는 세상이 변하여 야마토 호로 돌을 운반하는 일로는 도저히 먹고 살아갈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타미꼬에게 이전에 형인 세이이치에게 이 말을 했다가 대판 싸웠던 이야기도 들려준다. 

야마토 호가 또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세이이치는 엔진 수리일을 하는 반장에게 수리를 부탁하지만, 그는 이미 엔진이 너무 낡아 수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며, 또 수리를 하더라도 1년도 못가 다시 고장이 날 것이라며 수리를 거부한다. 수리 반장 역시 자신도 이제 곧 이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다. 세이이치의 여동생 카즈에와 처남인 코지도 몇 번인가 세이이치에게 이제 다른 일을 찾으라고 전직을 권했지만, 세이이치는 연로한 아버지도 모셔야 하므로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강하게 거절한다. 


돌 운반 작업에는 이미 큰 배들이 많이 투입되고 있어 야마타 호와 같은 작은 배로는 도저히 채산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잦은 엔진 고장으로 번번이 작업의 중단된다. 세이이치도 이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도저히 자금 회전이 안 되는 것이다. 당장 급한 엔진 수리비용도 마련할 길이 없으며, 엔진을 수리한다고 해도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세이이치는 드디어 전직을 결심하고 근처 도시에 있는 조선소 견학을 간다. 돌 운반 작업일을 그만두고 조선소에서 일할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조선소 노동자 일이 돌 운반 작업보다 훨씬 일도 편하고 돈벌이도 좋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야마토 호의 마지막 운항 날. 세이이치와 타미꼬는 마유미를 데리고 나가 항상 해왔던 것처럼 바위 운반 작업을 한다. 오늘이 마지막 항해 일이라는 것을 아는지 엔진의 상태도 아주 좋다. 작은 배로 바위를 운반하여 하역하는 일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 위험한 작업일 가운데 어린 마유미가 돌아다닌다. 저러다가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보는 내가 조마조마하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는다. 타미꼬는 배의 키를 잡으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타미꼬가 고생을 하여 기관사 면허를 땄던 일, 신혼 초 겐지 부부와 함께 축제에 놀러 갔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젠조는 아들 부부에게 자신의 일은 걱정 말고 섬을 떠나 잘 살라고 당부한다. 자신은 아직도 건강하여 혼자 일하여 살아갈 수 있으며, 따뜻한 섬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으므로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다고 아들 부부를 위로한다. 마침내 세이이치 가족이 섬을 떠나는 날, 많은 섬사람들이 환송을 나왔다. 사람들은 세이이치 부부의 앞날을 함께 빌어주며, 세이이치와 타미꼬 역시 그동안 정들었던 섬 주민들과 안타까운 이별을 한다. 치아키와 마유미도 섬에 남고 싶다고 하지만 엄마의 손에 이끌려 배를 탄다. 배가 출항하자 세이이치와 타미꼬는 환송 나온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든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70년대 초반은 일본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였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들어서고, 공장이 늘어나는 반대 편에서는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잃고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삶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 영화는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어쩔 수 없이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세이이치 일가의 이야기를 담당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 영화라면 이러한 이야기에서 반드시 착한 주인공 가족을 괴롭히고 등치는 악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없다. 모두들 서로 배려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살고 있다. 다만 시대의 흐름이 사람들을 어렵게 할 뿐이다. 산업화에 밀려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무리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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