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장엄한 우주 교향시(宇宙交響詩)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는 저명한 SF 작가인 아서 C. 클라크가 쓴 몇 편의 단편소설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영화가 대히트를 치고 난 뒤, 클라크는 이를 소설로 발표하였는데, 영화 제작과 소설이 동시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소재로 이용된 소설들은 대개 1950년대에 쓰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과학으로 볼 때도 상당히 과학적인 탄탄한 토대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실존주의적 철학, 그리고 인류의 진화, 과학기술, 인공지능, 지구외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1968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한 거대한 한 편의 서사시로 평가되고 있다. 필자도 이 영화를 감상한 후 평론가들의 그러한 평가가 이 영화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 영화는 관점에 따라서는 어두운 종말론적인 느낌을 가져오기도 하고, 또 다른 관점에서는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낙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광활하고 고요한 우주에 어울릴 법한 웅장한 음악만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이 영화를 “우주 교향시”라 평가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세 가지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가 문명의 쌓기 시작한 400만 년 전, 호모 사피언스의 선조인 원인(猿人)이 황야에서 굶주리면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어느 날 원인들 앞에 검은 석판과 같은 이상한 물체 ‘모노리스’(비석처럼 생긴 돌)가 출현하여, 원인들은 놀라면서도 그것을 만져본다. 곧 한 마리의 원인이 모노리스의 지능교육에 의해 동물의 뼈를 무기로 사용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다음날 그 원인은 적대적인 원인 그룹과의 싸움에서 동물뼈를 휘둘러 싸움에서 이긴다. 싸움에서 이긴 원인은 기쁨에 차 손에 쥔 뼈를 공중으로 내던진다. 이 뼈다귀가 공중을 날면서 최신 군사위성으로 변한다. 이 장면은 긴긴 인류의 역사를 표현하는 기법으로서 극찬을 받는다.
달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 우주 평의회의 헤이우드 프로이드 박사는 달에서 발굴된 수수께끼의 물체 ‘TMAㆍ1'를 극비리에 조사하기 위해 달 기지로 향한다. 도중에 제5호 우주정거장에서 소련의 과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만, 달 기지의 상태를 묻는 소련 과학자들의 질문에 프로이드 박사는 입을 닫는다. 달 기지에 도착한 프로이드 박사는 TMAㆍ1 발굴 현장에서 조사 중 400년 만에 태양광을 받은 모로리스는 강력한 신호를 목성을 향해 발사한다. TMAㆍ1은 옛날의 그 원인들이 달 표면에 도달할 정도로 진화했다는 것을 보고하는 센서였던 것이다.
18개월 후 우주선 디스커버리 호는 목성 탐사를 위해 출발하였다. 승무원은 선장인 데이비드 보먼과 프랑크 풀 대원, 출발 전부터 인공 동면중인 3인의 과학자와 사상 최고의 인공지능인 HAL9000 형 컴퓨터였다.
우주선이 순조롭게 목성을 향해 날아가던 중 HAL은 보먼 선장에게 이 탐사계획에 의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 직후 HAL은 보먼 우주선의 안테나 부품이 고장 났다고 보고하지만, 보먼이 조사를 해보니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HAL의 이상을 의심한 보먼과 풀은 HAL의 두뇌 부분을 정지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밀담을 입술의 움직임으로 알아챈 HAL이 이것을 저지하려고 승무원을 살해하려고 한다. 풀은 선외 활동 중에 포트에 충돌시켜 우주복을 찢으며, 인공동면 중인 3인의 과학자에 대해서는 생명유지장치를 절단해 버린다. 선장 보먼은 풀의 사체를 회수하러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려는데 HAL은 입구를 폐쇄해버린다. 어쩔 수 없이 보먼은 폴의 사체를 버리고, 햇치를 폭파시켜 우주선 안으로 들어온다.
우주선에서 혼자만 살아남은 보먼 선장은 HAL의 사고 기능을 정지시킨다. 그러자 목성 도착 후에 승무원 전원에게 공개될 동영상이 재생되어 그 속에서는 프로이드 박사가 이번 탐사의 진짜 목적인 모노리스에 관해 이야기를 해준다.
디스커버리 호가 목성의 위성궤도 부근에 도달하자 보먼은 가까이 떠있는 거대한 모모리스를 발견한다. 거기에 접근하자, 거대한 모노리스는 칠흑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그 주위의 공간에서부터 발사된 빛의 분류가 보먼을 삼켜버리고, 이차원(異次元)의 광경이 계속 밀려온다. 드디어 폐쇄된 왕조 스타일의 흰 방에 보먼이 도착하자, 그곳에서 보먼은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차례로 발견한다. 마침내는 노쇄하여 침대에 누운 보먼 앞에 그 모노리스가 나타나, 그가 모노리스를 향해 손을 뻗치자 빛에 싸인 태아로 변모한다. 보먼은 인류를 초월한 존재, 즉 스타 차일드로 진화한 것이다. 그리고 태아는 태양계로 돌아와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앞으로 자기가 해야 할 것에 대하여 생각에 잠긴다.
이 영화를 감상한 후 문득 대학시절에 읽었던 <유년기의 끝>(Childhood's End)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그 소설 역시 클라크의 작품으로서 인류가 초월적인 존재로 진화하는 과정을 주제로 하고 있다. 스케일이 얼마나 웅장하였던지 그 소설을 다 읽고 난 뒤 가슴이 먹먹하여 도저히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까지 많은 책을 읽었지만 <유년기의 끝>만큼 웅장하고 스케일 큰 작품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