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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3.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19b)

(2022-11-04b) 방비엥 관광(2)-블루라군과 탐남동굴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툭툭이를 타는 것이 고역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달리더라도 충격흡수 장치가 없어 심하게 튀는데, 울퉁불퉁한 길을 사정없이 달리니 그 고통을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앞서가는 툭툭이나 오토바이가 있다면 먼지를 고스란히 덮어써야 한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거의 앞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심하다. 


49. 블루라군 1


블루라군2를 나와 블루라군1로 갔다. 수많은 사진과 영상으로 봐왔던 라오스를 대표하는 바로 그 장소이다. 나는 이곳이 숲으로 둘러싸인 산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홀연히 환상처럼 나타나는 계곡인 걸로 상상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차에서 내린 후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시멘트 보도가 놓여진 넓은 공터를 지나 입장하는 곳이다. 벌써 해는 중천에 떠올라 툭툭이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가는 그 짧은 거리를 걷는 것도 힘든다. 

입장하자마자 바로 작은 다리가 나타나는데, 이 다리에 올라서면 우리가 사진에서 늘 보던 그 환상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 색깔은 인터파크나 블루라군 2와 같은 뿌연 옥색이다. 이 일대는 석회암 지역이라 물에 석회암이 녹아 그런 물빛이 난다고 한다. 물 웅덩이 옆에 서있는 큰 나무, 그 나무에 올라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연못을 가로질러 있는 큰 나무 가지 등 모든 것이 사진에서 보던 그곳이다. 


라군(lagoon)이란 바닷가에 있는 석호(潟湖), 그 가운데서도 특히 산호초 석호를 가리킨다. 그런데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내륙의 산아래에 있는 이 물 웅덩이에 왜 "블루 라군"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1980년대인가 세계적 미녀인 브룩 쉴즈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블루라군>이란 영화가 있었다. 어린 소년 소녀가 남태평양 무인도에 표류하여 그곳에서 자라나는 이야기이다. 브룩 쉴즈가 푸른 산호초 사이를 헤엄치는 모습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이 브룩 쉴즈가 헤엄을 치던 산호초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블루 라군이란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https://blog.naver.com/weekend_farmer/222716763116

이곳은 개발된 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모든 것이 잘 자리 잡고 있다. 연못 주위로 의자와 평상이 많아 편히 쉬면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연못 위 나무에 설치되어 있는 다이빙대나 연못 위에 걸쳐있는 나뭇가지로 올라가 다이빙을 즐긴다. 그리고 물 가운데에 걸려 있는 밧줄을 당겨 타고 타잔처럼 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 이곳에 들어갔을 때는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입장객이 늘어나면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이곳은 몇 년 전 어느 TV의 예능프로에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이전에는 관강객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한국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마치 서울 근교의 강촌 유원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 관광객들은 이곳에 오면 곳곳에 곳곳에 자리를 잡고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적당히 쉴 곳을 찾아 연못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에서 젓가락 장단 소리가 들리더니 <소양강 처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이어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가 나오더니 "두만강 푸른 물에....."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 곰...."까지 나온다. 중년 남녀로 이루어진 한국인 단체관광객이다. 그 근처가 특히 경치가 좋았는데 시끄러워서 그곳에서는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비교적 한산한 곳에 있는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 식사를 하였다. 이곳 음식점은 거의 독점이므로 비싸게 받을 만 한데, 시중 음식점과 차이가 없었다. 식사 후 이곳저곳을 모두 둘러보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워낙 좁은 곳이라 금방이다. 블루라군의 한쪽 구석진 곳으로 가니 큰 나무가 있고 이것을 이용한 집라인이 설치되어 있다. 40대쯤으로 보이는 몇 사람의 한국 남자들이 집라인을 즐기고 있다.  


보통 유명한 명소를 방문하면 사진에서 보던 것 외에 아름다운 경치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곳 블루라곤은 다르다. 우리가 사진에서 접하는 그것이 전부다. 그래서 이곳에서 특별히 오래 머물 일은 없다. 


50. 탐남동굴


다음은  탐남 동굴이다. 이곳 역시 라오스를 소개하는 사진에 잘 등장하는 곳으로 카약이나 튜브를 타고 동굴 속을 돌아보는 곳이다. 사진에서 보던 바로 그곳이며, 더 이상의 별로 특별한 것은 없다. 사진에서는 아주 환상적인 장면으로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별 것 없다. 당초 튜브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현장을 보니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이곳 방비엥은 대체로 소위 “사진빨”이 잘 받는 것 같다. 

이곳에는 짧은 산책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코끼리 동굴로 알려진 탐쌍 동굴이 나온다. 특별한 표시가 없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동굴이 나온다. 좁은 동굴 같은데 계속 이어진다. 짐작으로는 코끼리 동굴과 연결될 것 같은데, 안내판이 없으니 무작정 들어갈 수가 없다. 동굴 안은 조명이 마련되어 있어 어둡지는 않다. 그렇지만 좁고 낮아서 위험하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는 몸이 유연성이 낮아져 천장이 낮은 동굴에 들어갈 경우 나는 허리를 많이 숙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숙여지지 않아 머리를 천장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100여 미터쯤 들어가다가 더 이상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아 돌아 나왔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이곳 관광지 입구 쪽으로 가니 코끼리 동굴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나온다. 코끼리 동굴은 동굴 안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코끼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으로 보니 좀 전에 들어갔던 동굴보다도 별로 나은 것 같지도 않아 입구까지 갔다가 들어가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툭툭이 운전사가 우리를 데려다준 곳은 강가이다. 강 폭은 50미터가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배를 타고 이곳을 건너간다. 배를 내린 후 잠시 걸어가면 작은 동굴이 있고 그 앞에는 푸른 계곡물이 있다. 어떤 사람이 그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곳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이 모습이 전부이다. 


이것으로 오늘 갈 곳은 모두 다녔다. 이동할 때마다 툭툭이를 타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하도 차가 튀기 때문에 이제 차를 타기가 겁날 지경이다. 하도 힘을 주고 천장의 철봉을 잡고 매달려 이젠 팔과 어깨가 아프다. 호텔로 돌아와 앞마당에 있는 풀에 뛰어드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방비엥 주위에는 카약, 버기카, 패러글라이딩, 열기구 등 다양한 액티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여러 명소들도 았지만 눈으로 보고 즐기기보다는 직접 체험함으로써 제대로 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곳은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관광지이며,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 보는 아름다운 경치는 그것이 전부라 생각해도 좋다. 우리가 설악산에 가면 사진에서 볼 수 없었던 많은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 방비엥은 사진에서 보는 것이 전부이며, 그 외에 아름답고 새로운 경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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