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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10. 2023

영화: 에니미 엣 더 게이트

조국의 전쟁 영웅이 되어 독일군 일급 저격수와 대결하는 소련의 젊은 저격

전쟁에서 적군을 사살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저격수라 한다. 포탄이 퍼부어지고 기관충이 난사되어 많은 병사들이 죽을 것 같지만 사실 그로 인해 사망하는 병사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한 발의 총으로 적병을 노리는 저격수야 말로 인명 살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영화 <에니미 엣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는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동안 전쟁영화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저격수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이다. 또 이 영화는 주인공을 소련 병사로 설정하였다는 점도 미국 영화로서는 좀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인류 역사상 많은 전투 가운데서도 특히 참혹한 전투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전투에서 독일이 패전함으로써 나치 독일의 패배는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일약 전쟁영웅으로 떠오른 소련의 저격수와 그를 제거하기 위해 독일이 특별히 파견한 역전의 노회한 저격수 사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01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1942년 가을 히틀러의 소련 침공으로 시작된 독소전쟁(獨蘇戰爭)은 이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은 독일군의 공격에 맞서 볼가강을 등지고 처절히 싸우고 있다. 스탈린그라드가 함락될 경우 소련의 남부전선은 완전히 뚫리게 되어, 전체 소련군의 궤멸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소련은 극심한 무기 부족에도 불구하고 훈련도 제대로 안된 군사들을 무더기로 투입하여 그야말로 시체로서 도시를 방어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독일도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 독일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곧 함락될 것 같은 스탈린그라드가 끈질기게 버티고 있으며, 이제 겨울이 오면 독일군에게 기다리는 것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소련의 혹독한 추위이다.  


폐허가 된 스탈린그라드의 시가지에서는 소련군과 독일군이 뒤섞여 전투를 벌이고 있다. 소련군 선전장교인 다닐로프는 선전 전단을 뿌리기 위하여 전투 현장에 뛰어들었으나, 아군은 전멸하고 그는 혼자서 아군의 시체 사이에서 죽은 척하고 있다. 이때 함께 죽은 척하고 있던 사병 바실리는 뛰어난 총솜씨로 독일군을 저격하고, 둘은 무사히 죽음의 전장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다. 다닐로프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저격병이 된 바실리는 눈부신 활약을 보인다. 그는 특히 독일군 장교들만을 골라 먼 거리에서 저격하여 이들을 제거한다. 다닐로프는 소련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하여 바실리를 영웅으로 만들어간다. 

소련의 신문에는 연일 바실리의 활약에 관한 기사가 보도된다. 바실리는 이러한 보도에 부응하듯이 수없이 많은 독일군을 사살한다. 바실리는 일약 전쟁영웅, 아니 소련의 국가 영웅이 된다. 그렇지만 바실리로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이러한 환호가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하다. 바실리는 아름다운 여병사 타냐와 사귀게 되어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바실리의 활약으로 소련군의 사기는 높아진다. 이 상태로 바실리의 활약이 계속될 경우 전황에 큰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독일군 지휘부는 바실리를 제거하기 위해 독일군 최고의 저격수 코니그 소령을 파견한다. 코니그와 바실리라는 독일과 소련의 두 최고 저격수는  이제 서로의 목숨을 걸고 상대방을 제거하여야 한다. 바실리는 몇 번 코니그를 상대해본 결과 그는 도저히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는 코니그를 상대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타냐의 어린 남동생은 전쟁 중에 먹고살기 위해 독일군들의 구두를 닦고 있다. 아이라 그런지 독일군들이 과자나 주면서 살살 달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가족과 소련군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독일군에게 말해버리곤 한다. 코니그는 타냐의 동생에게 자신의 구두를 닦도록 하면서 바실리에 대한 정보를 켜낸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자신에 대한 역정보를 아이에게 모른 척 말해주기도 한다. 

타냐의 남동생도 바실리와 코니그의 대결에서 바실리가 이기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래서 코니그가 알려주는 역정보를 바실리에게 알려준다. 그렇지만 역시 바실리는 저격수로서 신중하다. 아이가 알려주는 정보를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바실리와 코니그의 대결은 계속되어 바실리의 동료도 코니그에 의해 죽는다. 코니그는 바실리를 자극하기 위해 타냐의 남동생을 죽여 물탱크에 매달아 놓는 만행을 저지른다. 타냐는 자신의 동생의 비참한 죽음을 보고 비통함을 참지 못하지만, 바실리는 끝까지 저격수로서의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는 결국 역습으로 코니그를 사살하는 데 성공한다. 


스탈린그라드의 전황은 완전히 기울었다. 소련군은 계속 밀려 이제 민간인들은 모두 볼가강 건너로 소개시키려 하고 있다. 타냐도 가족과 함께 볼가강을 건너는 배를 타러 나가지만 폭격을 받고 쓰러진다. 이 소식을 들은 바실리는 절망한다. 


그러나 가까스로 소련은 스탈린그라드를 방어하는 데 성공한다. 독일군은 대패한 채 후퇴하였다. 바실리는 우연히 타냐가 죽지 않고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바실리는 군 병원에 찾아와 타냐를 찾지만, 병원 관계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며 돌아가라 한다. 그렇지만 바실라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하며 환자들 병상 사이를 돌아다니다 그 속에 누워있는 타냐를 만난다. 


소련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모든 것이 부족했다. 군대를 쓸어 넣듯 투입하였지만 병사들에게 지급할 총이 부족했다. 그래서 병사 5명에게 총 1자루씩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총을 든 병사가 공격해 들어가면 맨손의 병사 4명이 그 뒤를 따르다가 총든 병사가 쓰러지면 뒤의 병사가 그 총을 집어 들고 다시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이 장면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병사의 몸으로 적의 공격을 막는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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