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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20. 2022

영화: 연옥 에로이카(煉獄エロイカ)

20년 만에 되살아난 과거 급진적 정치활동의 그림자

일본은 자유진영 국가 가운데 급진주의 정치단체의 활동이 활발했던 국가였다. 군국주의 시대부터 군국주의에 저항한 세력으로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가장 강력하였다.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한 후 민주국가로 전환되고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자, 그동안 지하에서 활동하던 많은 좌익 내지는 급진주의 정치활동이 사회 전면으로 부상하였다. 수많은 좌파 정치단체, 급진주의 정치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이러한 좌파 혹은 급진주의 계열의 정치단체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체로 정리되었다. 그렇지만 1950-60년대에 걸쳐 수많은 대학생, 젊은이들이 좌파 내지는 급진주의 정치사상에 몰입하여 그들의 청춘을 바쳤다. 영화 <연옥 에로이카>(煉獄エロイカ)은 과거 급진주의 정치단체의 일원이었으나,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과거의 그림자를 주제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1970년에 제작되었다. 

쇼다 리키야(庄田力弥)는 40세의 남자로서 원자력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직원이다. 그는 매일의 일상을 평화롭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 파멸의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쇼다의 아내 카나코(夏那子)가 모르는 소녀를 유괴한 것이다. 그것은 기묘한 사건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침입자처럼 소녀 쪽에서 그들의 가정으로 쳐들어 온 것이었다. 


카나코는 소녀가 리키야의 과거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믿고, 또 그 사실을 뒷받침하듯이 리키야의 옛 친구인 타야(田屋)가 등장한다. 확실히 리키야에게는 숨겨진 어두운 시대가 있었다. 전후 일본의 전위당(前衛党)이 불법화되었던 시대, 대학생이었던 리키야는 전위당의 세포 말단 조직원으로서, 당시 계획되었던 미국 대사 유괴사건에 가담한 멤버였다. 그렇지만 전위당의 도발행위였다는 것이 폭로되어 배신당한 리키야와 그의 동료들은 그 무거운 과거를 짊어진 채 침묵해온 것이었다. 

아내가 유괴한 알지 못하는 소녀의 배후에 엣 멤버이자 그 사건 이후 해외로 모습을 감추고 있던 친구 타야가 있으며, 타야가 귀국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러한 사건의 암시는 리키야에게 그 끔찍했던 과거가 현재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어 리키야를 전율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불안은 현실로 나타난다. 


리키야는 협박당하였다. 그렇지만 그 상대는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여자이며, 그 배후에 있는 것은 반전 그룹이라고 자칭하는 조직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계획하고 있는 것은 미국 대사의 유괴이며, 쇼다 부부의 소녀 유괴를 이유로 그들에게 협력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사이에 두고 일어난 우연히 흡사하게 닮은 미국 대사 유괴 계획이었던 것이다. 리키야는 생각지도 못한 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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