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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05. 2021

영화16: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2)

붐을 일으킨 여죄수 영화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 영화가 나오게 된 배경이 된 당시의 일본 영화계의 동향을 알면 이 영화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960년대 중반까지 일본에서 가장 빈번히 제작되었던 영화의 장르는 조폭 영화, 즉 야쿠자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특히 야쿠자들 간의 항쟁(抗爭)을 소재로 한 영화 <인의 없는 전쟁>(仁義なき戦い, 진기나키 센소) 시리즈는 대히트를 쳤다. 인의(仁義)란 야쿠자 세계의 윤리규범을 말한다.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영화 제작회사는 도에이 영화사(東映映畫社)였다. 이 도에이 사 역시 야쿠자 영화를 주로 제작하였는데, 야쿠자 영화가 너무 범람하게 되자 영화팬들의 반응도 시들해졌다. 그래서 도에이 영화사가 야쿠자 영화 대신에 찾아낸 새로운 장르가 바로 <에로 영화>였다. 에로 영화는 곧 영화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 이후 1960대 후반부터 도에이 영화사의 주류 영화의 장르는 에로 영화가 되었다. 이 시대 도에이 영화사에 의해 제작된 영화들을 <도에이(東映) 포르노>라 하였다. 물론 포르노라 이름은 붙여졌지만 실제로는 포르노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며, 일반 극장 상영이 가능한 좀 농도 짙은 에로 영화라 보면 될 것이다.


<여죄수 사소리> 영화도 당초는 <도에이 포르노>의 하나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원작이 되는 만화를 보고 주인공인 카지 메이코가 더욱 비정하고 리얼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대사가 없는 조건으로 출연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다른 여배우들도 과도한 노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게 폭력과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제1편인 <여죄수 701호/사소리>가 크게 히트를 치고, 또 주인공 카지 메이코가 직접 부른 주제가 <원한의 노래>(怨み節) 역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제4편까지 후속작이 이어졌다.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 영화들

이 사소리 시리즈 오리지널 네 작품이 모두 히트를 치면서 이후 리메이크 작품과 후속 작품이 나왔다. 리메이크 작품으로서는 <신ㆍ사소리 701호>와 <신ㆍ여죄수 사소리 특수방X>가 있으며, 그 외에도 <SASORI IN U.S.A.>(1997), <사소리 여죄수 701호>(1998), <사소리 살인 천사>, <여죄수 701호 사소리 외전>(2011), <여죄수 701호 사소리 외전 제41호 잡거방>(2012) 등 후속작이 있으며, 2008년에는 홍콩/일본 합작영화로 <사소리>가 리메이크되었다.


1편인 <여죄수 701호 사소리>는 애인에게 속아 감옥에 온 주인공 마치시마 나미(松島ナミ)가 간수들의 괴롭힘을 이기고, 탈옥하여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2편인 <여죄수 사소리/제41호 잡거방>은 전편에서 복수를 마친 나미(사소리)가 다시 채포 되어 형무소에 가게 되나 이송 중 6인의 여죄수들과 탈주하여 도망치는 과정이 주된 스토리이다.


3편 <여죄수 사소리/짐승의 방)은 전작 1, 2편과 스토리가 연결되지는 않는다. 탈옥하여 일반 사회에서 도망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여자들의 슬픈 운명과 이들을 등치는 야쿠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미는 유키란 젊은 여자에게 도움을 받는데, 유키는 야쿠자들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다. 나미가 경찰을 따돌리고 이들 야쿠자에게 복수를 가한다.


4편 <여죄수 사소리/701호 원한의 노래>는 나미는 코다마 경부의 집요한 수사에 의해 다시 체포되나, 호송 중에 사고를 틈타 탈주한다. 부상당한 나미를 도와준 과거 과격파 학생운동 출신의 고토(工藤)와 사귀게 되나 다시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의 주연 여배우인 <카지 메이코>는 이상의 4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고, 이후 작품에는 주인공이 다른 여배우로 바뀌게 된다.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가 대부분 복수극이다 보니, 주인공인 나미(사소리)는 영화 끝부분에 가서 원수들을 모두 죽인다. 그런데 이때 사용하는 칼이 항상 부엌칼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살인을 목적으로 한 칼이라면 그에 적합한 여러 종류의 칼이 있을 터인데, 항상 부엌칼을 사용한다. 나미가 복수를 할 때 입는 복장은 항상 검은색의 모피 코트에 둥근 모자이다. 검은 모피코트는 <은하철도 999>의 메텔이 입고 있는 코트와 비슷하다. 세련된 검은 모피 코트와 둔탁한 부엌칼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가 제작된 1970년대 초중반을 전후로 여죄수를 소재로 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큰 유행이 된다. 일본에서는 <여죄수 사소리>의 4 연작이 대히트를 치면서, <여죄수 사소리> 후속작이 계속 나왔으며, 이 외에도 여자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되었다. 특히 <다이안 손>이 주연한 미국판 여죄수 영화 <일사>(Ilsa)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으며, 이후 VTR의 출현으로 비디오 테이프 대출시장을 통해 급속히 보급되었다.


<일사 시리즈>는 대표적인 익스플로이테이션(exploitation) 영화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란 오로지 금전적 이익만을 위하여 동시대의 사회문제나 화제를 영화의 소재로 이용한다거나, 히트를 친 주류 영화의 비교적 외설적인 면에 편승하는 등 센세이셔날 한 측면을 가진 영화를 말한다. 익스플로이테이션(exploitation)이란 착취, 즉 오직 관객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만든 영화란 의미이다.


(2020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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