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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2. 2023

영화: 사가(佐賀)의 대단한 할머니

가난 속에서도 외손자를 훌륭하게 키워준 할머니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할머니의 손자 사랑은 대단하지만, 일본이라고 해서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다. 동양인은 서양인들에 비해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강하며, 또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생각도 각별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할머니의 손주 사랑, 그리고 손주의 할머니에 대한 마음도 그만큼 애틋한 것 같다. 


영화 <사가의 대단한 할머니>(佐賀のがばいばあちゃん)은 일본이 어려웠던 시절 엄마 곁을 떠나 할머니 집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서 2006년에 제작되었다. 영화의 모태가 된 소설은 작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쓴 자전적 작품이다. 사가(佐賀)는 일본 규슈의 좌측 최북단 지역으로서, 대마도를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와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일본이 패전 후 혼란했던 시대 히로시마에서 살던 아키히로(昭広)는 홀어머니 손에 자라고 있었다. 남편이 죽고 난 후 여자 혼자 아들 둘을 키워야 했던 아키히로의 엄마는 히로시마의 유흥가 뒷골목에서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집에 남겨진 아키히로와 그의 형은 엄마가 보고 싶어 그러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자주 엄마의 가게를 찾아갔다. 아직 어린 아키히로가 밤의 유흥가에 자꾸 찾아오는 것이 좋지 않다고 걱정하던 엄마는 아키히로를 사가(佐賀)에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 오사의 집으로 보낸다. 


오사 할매 집은 너무나 가난했고, 할매는 고생만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명랑하며, 듬직한 “대단한 할머니”였다. 기상천외한 생각과 생각지도 못한 말로 아키히로를 어지럽게 했다. 처음에는 그런 할머니에게 놀라기만 했던 아키히로였지만, 사가에서도, 학교 친구들과도, 그리고 할머니와도 “유서 깊은 가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할머니 집 옆으로는 도랑이 흐른다. 도랑의 상류에는 시장이 있다. 할머니는 시장에 가서 야채를 사지 않는다. 시장에서 조금 흠집이 있는 야채들을 도랑에 버리면, 이것을 주어서 맛있는 반찬을 만든다. 아키히로가 슬리퍼를 갖고 싶어 하는데 어느 날 도랑으로 슬리퍼 한 짝이 떠내려온다. 아키히로는 슬리퍼 한 짝으로는 신을 수 없으니까 할머니에게 슬리퍼를 사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할머니는 하루만 더 기다려보라고 한다. 다음날 슬리퍼 한 짝이 또 떠내려온다. 아키히로가 어떻게 슬리퍼 다른 한 짝이 떠내려 올지 알았냐고 물으면, 슬리퍼 한 짝을 잃은 사람이 다른 한 짝이 필요 없으니까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한다. 


아키히로는 이렇게 가난하지만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다. 그리고 사가의 친절한 주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쑥쑥 자라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졸업식 날 히로시마의 엄마가 찾아오고, 아키히로는 할머니와 헤어져 엄마를 따라 히로시마에 가게 된다. 


이 영화는 아키히로가 할머니와 함께 지냈던 8년간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이 자전적 소설은 처음에는 출판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처음에는 저자가 자신의 돈으로 출판을 했지만 나중에는 대히트를 쳐 40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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