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가인법첩(伊賀忍法帖, 이가닌포쵸)

아내의 원수를 갚으려 악덕 인법승(忍法僧)들과 싸우는 이가(伊賀) 닌자

닌자(忍者)가 사용하는 기술을 인술(忍術, 닌쥬츠) 혹은 인법(忍法, 닌포)이라 한다. 인법에는 공격술, 수비술, 침투술, 둔갑술 등 수많은 기술이 있는데, 이러한 닌자의 기술을 정리해 둔 책을 인법첩(忍法帖, 닌포쵸)이라 한다. 그러니까 인법첩은 닌자들의 교재 혹은 매뉴얼이라 봐도 될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닌자들의 무공비급이기도 하다. 

일본에는 예로부터 수많은 닌자 무리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서 특히 4대 무리가 가장 유명하였다. 바로 이가(伊賀) 닌자, 카가(加賀) 닌자, 카자마(風魔) 닌자, 토가쿠시(戸隠し) 닌자 무리가 바로 그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세력이 강한 것이 이가(伊賀) 닌자로서, 이가 닌자의 시조라 할 핫토리 한조(服部半蔵)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도와 큰 공을 세웠고, 그 뒤 도쿠가와 가문의 가신으로까지 출세하였다. 

영화 <이가인법첩>(伊賀忍法帖, 이가닌포쵸)은 인기를 끌었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82년에 제작되었다. 

때는 전국시대(戰國時代), 수수께끼의 인물 카신고지(果心居士)라는 환술사가 나타나 여러 가지 환술을 사용하곤 하였는데, 그가 무장 마츠나가 단죠(松永弾正)에게 불려 갔다. 단죠는 미요시 요시오키(三好義興)의 아내인 우교 다유(右京太夫)를 좋아하여 어떡해서든 그녀를 손아귀에 넣으려 계책을 꾸미고 있었다. 단죠는 카신에게 그녀를 빼앗아 오는데 도와달라고 한다. 

카신이 생각해 낸 방법은 ‘음석’(淫石)을 만든다는 계책이었다. 음석이란 어떤 여자의 마음도 음란하게 만드는 최음제였다. 음석은 가신의 부하들인 7인의 닌자승이 여자들을 강제로 범하는 방법을 통해 만들어 낸다. 이 계략의 끔찍함에 그 자리에 있던 야규 신사에몬(柳生新左衛門)은 전율한다. 

계획은 실행에 옮겨져 닌자승들은 많은 여자들을 잡아와 그녀들을 능욕하여 음석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 방법이 너무나 잔인하여 5명에 한 명 꼴로 여자들은 죽어나가고, 남은 여자들도 미쳐버리고 만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그 방법이 너무나 잔혹하여 명령을 내린 단죠 조차도 고개를 돌릴 지경이었다. 

그들에게 잡혀온 여자 가운데 한 사람이 이가 닌자 후에부키 죠타로(笛吹城太郎)의 아내 카가리비(かがりび)였다. 그녀는 원래 유녀였으나, 죠타로와 함께 도망쳐 이가 촌으로 돌아오는 중에 습격을 당해 닌자승들에게 잡혀왔다. 이 과정에서 죠타로는 닌자승들의 습격을 받아 쓰러졌다. 카가리비는 닌자승들에게 최고의 소재로서 능욕당할 위기에 처했으나, 그것을 거부하고 자살하고 만다. 카가리비가 자신이 탐내는 우교다유와 꼭 닮아 이를 아깝게 생각한 단쵸는 인법으로 카가리비(의 얼굴을 가진 여자)를 환생시켜 자신의 첩으로 삼는다.  

인법승에게 공격을 당해 죽을 위기체 쳐했던 죠타로는 겨우 살아나 카가리비를 찾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데, 그의 앞에 빈사의 여자가 음석을 넣은 병을 가지고 온다. 그녀는 인법으로 카가리비를 환생시키기 위해 살해되어 카가리비의 기억만이 남겨진 여자였다. 그녀로부터 일의 전말을 들은 죠타로는 7인의 인법승과 나가마츠 단죠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고, 싸움에 임한다.

죠타로와 카신이 이끄는 인법승들과의 대결에서는 수많은 닌자 기술의 전개된다. 기괴한 인술을 주고받는 끝에 결국 죠타로는 인법승과 카신을 모두 처단함으로써 아내의 원수를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