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Mar 17. 2021

미국 동부 여행(1)

(2017-06-18) 애틀랜틱 시티(Atlantic City)로

세 번째 미국 여행이다. 세 번째라고는 하지만 과거 2번의 여행은 미국 여행이라 할 것까지도 없다. 첫 번째는 1994년 캐나다 밴쿠버로 가는 길에 LA에서 내려 하룻 동안 LA 시내를 대충 둘러보았을 뿐이다. 두 번 째는 2007년으로 예산제도에 대한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와 행정예산처(OMB: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를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에 이틀 머무른 후 곧 캐나다 토론토로 떠났다. 공무상 출장이었기에 남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워싱턴의 내셔널 몰(National Mall)을 스치듯이 구경했을 뿐이었다. 


이번 여행은 학회 참석을 위한 여행이다. 공무 출장과 비교해서는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다. 6월 19일부터 5일간 미국 애틀란틱 시티에서 개최되는 <국제산업연관학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학회도 학회지만 좀 시간을 갖고 느긋이 미국 여행을 해 보려고 이번 학회에 참석키로 하였다. 이번에는 시간도 많으므로 집사람도 함께 가기로 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참석 2주 전까지도 학회 참석여부를 결정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항공권도 부랴부랴 끊었다. 


비행기 스케줄을 이렇게 급하게 잡다 보니 항공료가 보통이 아니다. 내 항공권이야 출장비로 끊었지만 집사람 항공권은 개인부담인데, 인천-뉴욕 왕복권이 230만 원 정도 한다. 여행사의 단체관광이라면 1인당 이 정도의 돈으로 9박 10일에 최고급 호텔에 숙박하면서 전 일정 여행경비를 충당할 수 있을 텐데 좀 아깝긴 하다. 


6월 18일 낮 인천공항에서 뉴욕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탔다. 비행시간 약 13시간, 보통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비행기를 오래 타봐야 편도 5시간 정도 걸리는 동남아가 대부분이었다. 그 다섯 시간도 견디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데 13시간이라... 스마트폰에 몇 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여두었다. 비행기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다가 스마트폰의 영화를 보다가 하다 보니 그럭저럭 시간은 간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다 보니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하다. 비행기 안에서 케이블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는데, 그게 매우 힘들게 되어 있다. 여하튼 영화를 보다가 졸다가, 온몸을 뒤틀면서 그럭저럭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였다. 


뉴욕은 처음인데, 공항이 생각보다 많이 낡았다. 그리고 문제는 공항에 안내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렌터카를 예약해두었는데, 그리로 가려면 공항 내 열차를 타야 하는데, 타는 곳을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안내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공항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모두 퉁명스러우며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겨우 렌터카 회사를 찾았다. 허츠(Hertz) 렌터카인데, 도요타 캠리로 7일간 렌트비가 600불 정도 한다. 구글 맵이 있으니까 내비게이션은 별도로 빌리지 않았다. 


출발!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구글 맵이 작동을 않는 거다. 구글 맵에는 여전히 서울지도가 뜨고 있다. 아틀랜틱 시티의 호텔을 목적지로 입력했으나, 현재 위치를 서울로 알고 있으니, 내비가 작동할 리가 없다. 당황스러웠다. 처음 온 길, 지도도 없는 상태에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데, 도로 안내판을 의지하고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길도 못 찾겠다. 이렇게 거의 30분 동안 공항 안과 외부 연결도로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 구글 지도가 작동된다. 

뉴욕 공항에서 약 130킬로 정도라고 나온다. 미국 고속도로가 익숙지 않지만, 여하튼 내비가 가르쳐주는 대로 달리니까 2시간 조금 지나서 애틀랜틱 시티가 나온다. 아틀랜틱 시티는 뉴욕 바로 아래쪽에 있는 도시로서 미국 동부지역의 휴양도시이다. 미국 서부에 라스베이거스가 있다면 동부는 애틀랜틱 시티이다. 그런데 시내로 들어가니 도시에서 그다지 활기를 느끼지 못하겠다. 조금 사양화하는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 있는 호텔들은 대부분이 도박장을 개설하고 있다. 이러한 도박장이 주된 시설인 도시에서 학회를 하는 것은 아마, 호텔비가 싸서 그런 것 같다. 학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룻밤 몇 백 불씩 하는 호텔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도박장을 개설한 호텔은 손님 유치를 위해 호텔비를 싸게 받으니까,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호텔비가 하루 70불 정도인데, 꽤 괜찮은 룸이다. 방도 널찍하고, 전망도 좋다. 


저녁 식사를 하러 호텔 밖으로 나왔다. 이곳 아틀랜틱 시티라는 곳이 도박이 합법화된 휴양도시, 환락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가 쇠락한 느낌이다. 변변한 식당을 찾기도 힘든다. 차를 천천히 운전하다 보니 중국음식점이 보인다.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할 곳을 찾아 뒷골목을 헤매다 보니, 이곳저곳 덩치 큰 흑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길가는 행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약간 불안하지만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음식은 괜찮았고, 값도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싸다.   


호텔로 돌아왔다. 밤이 되니 휘황찬란한 호텔 붙 빛에 멀리 해변의 흰 파도가 밀려오는 정경이 보인다. 오늘은 일찍 자자. 


작가의 이전글 영화12:영광의 깃발(Glor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