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의 총각 선생님에 대한 소녀의 짝사랑
‘풍금’이란 말을 들으면 아득히 먼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모두 ‘오르간’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때는 모두 풍금이라 하였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는 대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교실마다 풍금이 한 대씩 놓여 있었다. 선생님들은 모두 풍금을 잘 쳤다.
양화 <내 마음의 풍금>은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해주는 영화였다. 물론 나는 시골 국민학교의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1960년대 무렵 시골 어느 초등학교에서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이 영화는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 영화는 1999년에 제작되었다.
강원도 어느 산골 마을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21살의 총각 선생님(이병헌 분)이 부임한다. 교육대학을 갓 졸업한 그에게는 이 학교가 그의 첫 부임지였다. 지금은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이 모두 4년제이고, 또 초등학교 교사가 인기 있는 직업으로 자리를 잡음에 따라 교대에 가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그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교육대학은 2년대의 초급대학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수하는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거었다.
이 학교의 교사들은 대부분 나이가 든 사람들이었지만, 그중 한 사람 양은희(이미연 분)는 25살의 처녀 교사였다. 수하는 아름다운 양은희를 좋아하게 되며 둘은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된다. 수하가 담임하는 반에 홍연(전도연 분)이라는 아이가 있다. 대부분 열 살 남짓한 아이들 틈에 학교에 늦게 들어온 17살의 홍연이 끼어 있었다. 홍연은 수하가 처음 부임한 날부터 그가 좋았다. 수하에 대한 홍연의 마음은 점점 짝사랑으로 변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그때 그 시절의 산골 국민학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어린 동생을 업고 학교에 오는 아이, 집안일을 거든다고 학교에 못 오는 아이 등 그 시대의 시골 국민학교에서 보통 볼 수 있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수하에 대한 홍연의 짝사랑은 점점 커진다. 수하은 반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일기를 쓰도록 하고, 그 일기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홍연의 일기장은 수하에 대한 짝사랑의 글로 메워진다. 그러나 수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철없는 생각이거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수하와 양은희는 점점 가까워진다. 둘은 함께 풍금을 치기도 하고, 또 LP 레코드 판을 서로 바꾸어 듣기도 한다. 이런 수하와 양은희의 사이는 아이들에게도 알려져 화장실 낙서거리가 된다.
이 시기만 하더라도 여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남자와 사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랬다간 당장 여자가 어린 남자를 홀렸다는 비난을 듣던 시기였다. 수하와 양은희 사이에 대한 소문이 자꾸 커져 나가자 양은희는 고민한다. 그리고 양은희에 대한 홍연의 질투도 점점 커진다. 홍연은 일기장에 노처녀인 양은희가 수하를 꼬이고 있다는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던 중 양은희는 약혼자를 따라 외국유학 길을 떠난다고 하면서 학교를 떠난다.
양은희를 떠나보낸 수하는 괴로움에 마음 아파하지만, 홍연은 연적(戀敵)이 없어졌다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강당에 화재가 발생한다. 한 아이가 강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안 수하는 강당 안으로 뛰어든다. 불길은 이미 맹렬한 기세로 번져 모든 사람들이 이제 늦었구나라고 생각할 때 수하가 아이를 안고 나온다.
홍연의 짝사랑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