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클라이언트

시시콜콜한 나의 이사 이야기 - 9 D - 130

by 정희

D - 130




13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생전 처음 인테리어 공사를 맡긴 적이 있었다. 그때 적은 예산으로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얻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내내 체험해야 했고 이럴 바엔 차라리 손대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도 자주 했다. 이번에 비용을 알아보니 그사이 인건비 상승 때문인지 비용도 훌쩍 올라 있었다. 우리 집 고치라고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닌 마당이라 적은 비용에 마감 처리가 확실한 업체를 찾아야 했다.


그즈음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지인에게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의 한 대리점을 소개받았다. 그 대리점 실장님이 집주인의 입장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해줘서 무척 만족스러웠다며 강력 추천했다. 공사 부분과 원하는 자재를 의논하고 대략적인 예산을 정하기 위해 미팅을 먼저 진행했다. 그분은 듣던 대로 시원시원했고 일처리에 막힘이 없었다. 그런데 ‘딱 이 분이다’라는 감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분의 거침없는 일처리가 나에겐 일방적인 태도로 느껴졌다. 예산만 충분하다면야 그분이 추천한 수준의 자재가 얼마나 좋을까마는, 주어진 예산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원했던 나로서는 비용 이야기 앞에서 약간 부끄러웠고, 공사 내내 끌려 다니게 될게 걱정되는 심란한 상담이었다. 소개해주신 분의 입장도 있고 해서 웬만하면 그분께 공사를 맡기려 했지만 공사범위와 자재 선택에서 생긴 의견 차이가 커서 다른 업체를 알아봐야 했다.


이번에는 이사할 집 근처에 있는 개인 인테리어 업체와 상담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니 이사 후 생길 갖가지 AS에 발 빠르게 대처해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상담하러 오신 분은 젠틀한 분위기와 말투가 인상적인 남자분이었다. 첫인상답게 디자인적인 요소를 감각 있게 짚어 주었고 거실 벽면과 싱크대, 욕실에 쓰이는 자재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은 상담만 진행하는 걸 알게 됐다. 공사의 세부적인 절차와 시공 기술자의 마감 능력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 업체가 시공한 곳을 검색해보니 아파트보다는 사무실과 카페 등의 결과물이 많았다는 점도 결정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처음 상담했던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의 다른 대리점을 방문하게 되었고 결국은 이 업체와 계약했다. 그간 진행해온 현장 프로필의 결과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계약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상담해주신 실장님께 나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물론 전문가의 제안과 일의 절차는 충분히 수용할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일방적인 요구에 응하고 선택의 주도권을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이 업체와는 그 부분에 대한 조율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공사 업체 섭외에만 2주의 시간이 들었다. 워낙 변화를 꺼리는 타입이다 보니 이사라는 이벤트가 내 인생에 다시 생길지 미지수였다. 마지막 이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심을 거듭해가며 업체를 선정했다. 예산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몇 년은 깔끔하게 유지될만한 수준으로 완성될 것 같아서 기대됐다. 업체 섭외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들었지만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아서 흡족했다. 이제 실측만 끝나면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사를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듯 보였다. 나에게 다가올 미래도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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