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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Jul 25. 2022

쓰는 ‘일’을 계속하려면

<새 마음으로>를 읽고



4월부터 독서수업과 관련된 제안을 많이 받았다. 토정비결이나  같은    없지만 만약 그런  맞다면 상반기엔 일과 관련된 복이 팡팡 터진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게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몰렸다. 그중 가장  번째 제안을 받아들여 7월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아니지만 그간의 경력을 발휘할  있는 일이었고  늦기 전에 사회에  하나를 안전하게 걸쳐놓고 싶은 마음이 컸다. 15  프리랜서에게 출퇴근이 있는 삶은  버겁겠지만 체력만 버텨준다면 5-6년은  걱정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7월 출근이 결정되자 나른한 일상에 활력이 돌았다. 특별히 해 놓은 것 없이 보낸 하루 끝에 찾아오던 죄책감은 사라지고 지금 누리는 여유는 곧 다가올 빠듯한 일상에 대한 보상처럼 여겨졌다. 나는 곧 일할 사람이라는, 엄밀히 말하면 돈을 벌 거라는 사실에 은은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동시에 더 이상 글쓰기에 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후련했다. 글로써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랄까. ‘확실한’ 일을 할 사람이니까, 글 쓸 시간 내기 어렵게 바쁠 테니까, 무엇보다 일이 곧 나를 증명해줄 테니 ‘굳이’ 힘주어 쓸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았다.


업무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당분간 시간 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짬짬이 지인을 만나느라 매일 분주했다. 앞으로 몇 년은 여행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항공사 마일리지를 털어 여행도 다녀오면서 7월 출근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하지만 일상에 늘 도사리고 있는, 그럼에도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가 그야말로 '갑툭튀'하는 바람에 그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변수의 무게와 결정 사이에서 이따금 흔들렸지만 선택의 기준과 삶의 가치를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글과 멀어진 채 세상 후련하고 개운한 몇 달을 보냈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일에서 벗어나자 내 글에 더 이상 좌절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과연 그 마음에 합당할 만큼 노력해본 적 있나?라는 질문이 자꾸 내 앞에 나타났다. 치열하게 글 썼던 기억을 더듬어봐도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이제 곧 주어질 업무에 충실하면 그만이라 생각하던 즈음, 하려던 일에 브레이크가 걸려 고민 끝에 일을 포기한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나를 막아섰던 그 질문에 어떤 답이든 내놓고 싶었다. 그렇게 ‘영점 조절’의 시간을 보내며 일과 관련된 모든 걸 제로 베이스로 만들었다.


마침내 맞이한 7월, 하고도 23일. 요즘 나는 카페로 출근한다. 단 한 줄이라도 쓰리라 다짐하며 노트북을 열고 하얀 백지 앞에서 막막한 시간을 견딘다. 깜빡이는 커서에 나의 심장박동을 맞추다 문득 떠오른 한 문장을 쓴다. 이내 따라오는 다음 문장도 쓴다. 글이 막혀도 절대 앞으로 돌아가 읽지 않는다. 지우지 않고는 못 배길 테니 일단 무작정 쓰고 보는 것이다.


쓰기 싫은 시간을 견디며 이슬아 작가가 인터뷰한 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분들의 근면과 성실을 보며  쓰는 나의 일상도 닮아가길 바랐다. 새벽 3 30분부터 출근을 준비하는 응급실 청소노동자 이순덕 님과 하루도 빠짐없이 버섯을 돌보는 농업인 윤인숙 님께 쓰는 것이 ‘나의 이라 떳떳하게 말하고 싶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를  쓰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의미와 효용을 따지는 불안한 마음이랑 벗어던지고 날마다  마음으로 갈아입는다.


#새마음으로 #이슬아 #헤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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