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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ug 23. 2022

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

<책 낸 자>를 읽고



서귤 작가님의 <애욕의 한국소설>에 반해서 이 책도 읽게 됐다. 2017년에 <고양이의 크기>라는 독립출판물을 만든 과정을 4컷 만화로 엮은 책이다. 나 역시 같은 경험이 있어서 내 이야기인양 읽었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첫발을 뗀 시작부터 독립출판이란 새로운 세계, 그 세계를 채운 매력적인 사람들과의 만남, ‘내가 왜 이 고생’을 이겨내고 갖가지 선택과 시행착오의 고비를 거쳐 내 책을 만난 뿌듯함까지 촤라락 필름 돌아가듯 머릿속을 지나갔다.


누군가는 독립출판에 대해 자비출판과 약간 다른 면이 있지만 편집자 한 사람조차 설득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라고 평한다.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내돈내출판’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편집자 한 사람조차 설득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책이란 읽어주는 독자로 인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편집자 한 사람의 선택 못지않게,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독자는 의미 있다. 작가이면서 편집자, 표지 디자이너, 출판사 몫의 업무까지 해내야 만나는 것이 독립출판물이다. 그 과정을 한 번이라도 거쳤다는 건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라는 타이틀에 목매서도 아니고 세상을 바꿀만한 이야기라는 확신도 아니다. 다만 나 여기 있다고 외치고 그 메아리를 듣고 싶은 소박한 욕심이다.


부단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성장하는 인친님을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분께 누군가 “정확한 직업이 뭐예요?”라는 디엠을 보냈다고 한다. 그 질문에 정성껏 내놓은 답을 읽고 있자니 구구절절한 문장이 안쓰러웠다. 상대방을 납득시키려는 애씀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구하는 절박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단답형으로 대답 가능한 직업을 갖고 싶었다. 직업이란 건 심플하고도 확실하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니까. 게다가 얼마나 있어 보이는지. 하지만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정말 중요한 건 매일을 채우는 나의 작업을 ‘일’로 인정하는 자기 확신이라는 것. <책 낸 자>는 그 마음에 휘핑크림 같은 용기를 듬뿍 얹어준다.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 낸 이상,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사람일 수 없다.   

   

몇 글자 단어로 퉁쳐지지 않는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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