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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Sep 21. 2022

무려 이슬아가 되다니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고



처음엔 그저 감탄스러워서 눈물이 한두 방울 흘렀는데 그다음엔 스스로가 싫어서 눈물이 났다. 살면서  번도 저런 경지에 올라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일주일  5일을 헬스장에 다니며 몸을 갈고 닦아도 그녀만큼 아름다울 수는 없을  분명했다. 나는 그냥  말고 김연아가 되고 싶었다. 나는  김연아가 아니고 나인가. 나는  피겨를  타고 글을 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울었다. 울면서 달렸다. (...)  문제는 그것 말고도 많지만 어쨌든 나는 은퇴한 김연아가 되고 싶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모든  이후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녀의 최대 적은 그녀 자신이었는데 그마저도 월등하게 이겨버렸으니, 그녀가  이상  이루지 않아도 뭐라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하지만 나는 영영 나다. P 102-103     




습관처럼 플래그를 붙이며 읽다가 7번째 꼭지 ‘헤엄치는 연습 시작될 때쯤 멈췄다.  기세로 가다간 페이지마다 한두 개씩은 붙여야  텐데 이야기는 아직도 83개나 남았기 때문이다. 책을 접거나 구기는 꼴을  보는 내가 연필을 가져와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에겐  드문 .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를 .     


 마음을 울린 문장 하나를 나누고 싶어서 밑줄 그은 글을 읽다 보니 밑줄 긋지 않은 문장이 나를  침범한다. 여지없이 나는 다시금 눈물짓고 새롭게 킬킬거렸다. 시인들처럼 낯선 어휘를 자주 쓰지 않는데도 문장이 새롭고 리드미컬하다. 더할 나위 없이 솔직한 글인데 때론 소설 같은 느낌도 준다. 2018년에 구입해서 22년에 완독. 4년이란  시간 동안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으니 웬만한 애인보다 낫지 싶다.      


쓰고 싶은 문장, 닮고 싶은 패기의 소유자 이슬아 작가는 매일, 정말이지 매일 경청하고 수련한다. 쓰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빚는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특유의 성실과 영민함으로 몸도 마음도 상하지 않고 오래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40대의 미슬이(미래의 이슬아) 어떤 편견과 맞서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그만의 세계를 보여줄지 설렌다. 그의  소설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분야에서 모든  이룬 이후의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떠올렸다. 김연아가 되고 싶었던 그는 무려 이슬아가 되었다.  책은  시작을 보여준다.


#일간이슬아수필집 #이슬아 #독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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