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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Dec 06. 2022

슬렁슬렁 산책하듯

요즘 읽은 책들

   


  

#오늘의메뉴는제철음식입니다#박찬일셰프#달출판사

에세이스트이면서 셰프로도 활동 중인 박찬일 작가가 풀어놓은 식재료 이야기. 계절별로 5-8가지의 제철 먹거리를 주제로 삼아 이름의 유래와 특산지, 재료에 얽힌 이야기와 소비자가 갖고 있는 오해 등을 맛깔나게 전한다. 가독성 좋은 문장과 소재의 다양한 변주에서 작가의 내공을 엿볼 수 있고 특히 좋았던 건 소제목들. ‘고등어’ 이야기에 ‘너는 출세한 것이냐 아니면 타락한 것이냐’라는 제목을 붙여 확 궁금하게 만들거나 ‘멸치’ 이야기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감칠맛’이라는 시적이면서도 착 달라붙는 제목을 붙여주는 재주가 돋보인다. 셰프를 겸하고 있는 작가답게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다양하게 인용해서 그런지 읽는 맛이 내내 풍성했다.


     

#작은파티드레스#크리스티앙보뱅#1984북스

자꾸만 크리스티앙 보앵이라고 부르게 되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글과 독서, 사랑에 대한 단상이 담긴 책이다. 이따금 가슴 찡한 문장들도 만났으나 너무 기대한 탓일까. 읽는 동안 삶과 분리된,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두 발을 땅 위에 딛고 현실 그대로를 직시하는 글이 내 취향임을 또 한 번 깨닫게 한 작품. 내 이야기인가 싶어 눈에 밟혔던 처연한 문장을 남긴다.      


“그녀가 먹이는 이들이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 순간에 글을 쓴다. 이제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그녀 자신이 되어 있는 순간 그녀는 홀로 종이 앞에 앉는다. 영원 앞에 나와 앉은 가난한 여자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얼어붙은 그들의 집에서 그렇게 글을 쓴다. 그들의 은밀한 삶 속에 웅크리고 앉아. 그렇게 쓴 글들은 대부분 출간되지 않는다.” P 83       



#퇴근길엔 카프카를#의외의사실#민음사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눈치챌 수 없는 여행”이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됐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책을 펼친 순간 나만의 세계로 빠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은밀한 그 기쁨을 모를 수가 없다. 카프카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내용을 예상하고 시작했는데 소포클레스, 보르헤스, 가즈오 이시구로 등 13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어마어마한 분들을 책 한 권에 담아내다 보니 작품에 대한 감상이 충분치 못해서 아쉬웠지만 이 책의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하나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위한 사소한 시작이 되거나 이미 읽은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환기가 되어 주기’ P412에는 충분하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아내인 젤다의 예술적 사회적 활동을 극도로 싫어해 방해하고 강압적으로 막았다는 내용이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얼굴은 작가 사후에 화가가 상상력을 보태 그려냈다는 부분 등 작가의 면면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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