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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의 별은 늘 빛나고 있었다.

네가 행복한 꿈에 취해있을 때

별은 빛났다


슬피 울던 깊은 밤에도

별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하이에나가 밤새 울 때도

들소가 풀을 뜯을 때도

임팔라가 사자에게 목이 물리는 순간에도


별은 늘 빛나고 있었다



어느 날은 자연 풍경에 넋을 잃고 해가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행복했다.

지난날은 아쉬운 과거와 부끄러운 행적이 떠올라 후회되었다. 반성했다.

어떤 날은 아무런 길도 찾지 못하는 막막한 미래를 걱정했다.


홀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나만의 시간을 풍요롭게 보내는 사치이자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이다. 대화의 가장 흔한 주제는 과거의 반성 또는 미래와의 대화였다. 고칠 수도 없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다가도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는 미래를 허공에 그렸다. 자신과의 대화가 지겨울 즈음이면 자연에 감탄하며 경외를 보냈다. 어느 날은 모든 것을 잊을 정도로 즐거웠고 어떤 날에는 이유 모를 후회가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했다. 퇴사와 여행이라는 결심은 처음으로 선택한 인생의 비포장도로이자 삐딱선이기에 다음 길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현재가 배부른 고독이자 고뇌였다. 평범하게 순리대로 살 수 있는 인생이었다. 괜히 꿈을 찾고 싶다는 거창한 핑계하에 퇴사를 한 것은 아닐까. 해는 여전히 잘 뜨고 지고 있고 별은 늘 빛나고 있었다. 바뀌는 것은 깊어지는 고민과 걱정뿐.


세렝게티의 깊은 밤만큼 고뇌가 진하게 파고든다. 어제의 고민과 오늘의 고민이 같은 고민임에도, 지금 빛나는 별이 어제도 빛났던 별이건만 고뇌만이 더욱 깊은 밤이다. 내일도 빛날 저 별처럼 내일의 고뇌도 오늘과 같을까 두려워지는 짙은 어둠이다.


누군가는 지금도 행복이 넘치는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우울감에 휩싸여 홀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별똥별을 기다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태어난 이가 있고 죽는 이가 있을 것이다.

오늘의 고통이 미래의 행복이고 어제의 행복은 미래의 슬픔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잠이 든 날에도 술에 취해 정신없이 흘러간 밤에도

하이에나의 울음소리가 세렝게티의 고요한 밤을 메우는 지금도

별은 늘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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