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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막.


버터도 아닌 것이 버터보다 고소하고

우유도 아닌 것이 우유보다 부드럽다


바삭한 빵에 발라

달콤한 꿀 살짝 올리면


입 안에서 펼쳐지는 파티

무대를 장악하는 카이막




여행을 떠나는 수만 가지의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것을 먹고 싶다는 것이다. 현지의 분위기와 냄새를 느끼며 맛보고 싶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평점 4.9점의 일본 라멘식당이 있어도 후쿠오카 골목길에 있는 평범한 라멘집이 더 그립다는 것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이다. 현지의 분위기를 함께 먹고 싶은 까닭이다.


여행 중 새로운 음식을 접하면 두 가지로 나뉜다. 아주 이질적인 맛을 갖고 있어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은 음식과 새로운 미각을 일깨워 줄 만큼 아주 뛰어난 맛. 터키에는 후자의 맛이 많으며 그중 최고는 카이막이다. 백종원 선생님의 발걸음을 따라간 이스탄불의 카이막 식당 주인은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이 꽤 왔다 갔는지 인사를 하자마자 한국인임을 곧장 알아챈다. 카이막과 물소 우유를 주문할 것을 알았다는 듯 빠르게 주문을 받았다. 테이블에 앉아 폰을 보고 있는데 한 튀르키예인 부부도 주문을 마치고 건너편 테이블에 앉더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다는 남자는 함께 사진을 함께 찍자고 제안했다. 튀르키예인 부부가 SNS를 하지 않아 메일을 대신 주고받고 식사가 마칠 때까지 친근함을 표해주었다. 여행을 떠나는 수만 가지의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이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기다리던 요리가 나왔다. 우선 물소 우유는 형편없었다. 입맛에 맞지 않은 것인지 우유의 비린 냄새가 크게 올라왔다. 토마토 요리는 평범했다.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바게트에 카이막과 꿀을 바른다. 그리고 한 입. 생크림 같으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게 버터의 향을 머금었다. 생크림 케이크를 먹을 때 생크림을 한쪽으로 걷어내는 편이지만 카이막은 조금도 버리기 싫을 정도로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바삭한 바게트에 부드러운 카이막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버터향, 거기에 달콤한 꿀이 어우러져 먹자마자 행복으로 가득 찬 웃음이 나온다. 충분히 맛을 음미한 뒤 감았던 눈을 뜨자 반대편에 터키 부부가 나의 만족감에 호응해 준다.


카이막은 물소젖을 이용하여 오랜 시간 저온으로 가열한 후 상층부의 굳은 크림으로만 얻을 수 있는 아주 번거롭고 고급진 식재료다. 값이 비싸고 금방 상하기 때문에 저장성이 좋지 않고 물소라는 동물이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찾기가 매우 힘들다. 희귀함이 첨가된 맛은 더욱 달콤했다. 이곳을 떠나면 먹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여행을 하는 동안 매일 먹어야겠다. 한 번 간 여행지는 다시 방문하지 않는 편이지만 카이막 때문에 다시 올 것 같다. 생크림도 아니고 버터도 아닌 것이 생크림과 버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매혹시키다니 정말 마법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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