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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모래 위에 지은 도시의

모래알보다 반짝이는 택시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

베푸는 밝은 미소는

길을 비추는 인도자일까

제물을 바치는 제사장의 기쁨의 의식일까


택시에서 와이파이가 된다

두근두근


인도자가 사탕을 건넨다

두근두근


택시비는 얼마일까

두근두근

두근두근


착륙 전 두바이의 모습. 모래가 절반이다.


착륙 전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노랗다. 빌딩이나 집은 커녕 나무나 강도 보이지 않고 온통 주변이 모래로 뒤덮인 사막이다. 공항 근처가 허허벌판인 사막인데 이런 곳에 도시가 있을 수 있을까 물음이 생길 정도였다. 이질적인 착륙 풍경에 조금 긴장이 된다.


여권심사를 하던 중 바로 뒤에 있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한국인이세요?” 착륙할 때 낯설었던 사막 풍경 때문인지 다른 때보다 더 반가운 한민족의 목소리였다. 뜻이 맞는 동지가 생겨 용기 있게 공항 밖을 나왔는데 정류장에 버스가 없다. 기름 부자들은 버스 따위는 타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기름이라고는 얼굴에 개기름밖에 나지 않는 동양의 이방인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기로 결심하고 동지와 함께 택시를 찾아본다.


택시가 안 보이지 않아 헤매고 있는데 경호원 같이 보이는 남자가 능숙한 영어로 길을 안내한다. 경계심을 잔뜩 갖고 따라가며 말을 들어보았다. 자신을 택시기사라고 소개했으나 아무리 봐도 택시기사처럼 보이지 않았다. 차도 보통 택시와는 다르게 머리에 갓도 쓰지 않은 검은색 차였다. 경호원은 문을 열어주며 젠틀하게 탑승을 권유했다.


탑승 전 혹시 하는 마음에 찍어준 차와 번호판 사진
탑승하자마자 요금과 바가지가 걱정되는 내부 가죽시트


내 거친 생각은 동행의 불안한 눈빛과 마주치고 그걸 지켜보던 경호원은 재빠르게 재촉한다. 결국 탑승을 했다. 다행히 내부에는 정말 미터기가 있었다. 우선 가자. 검은색 차는 외관보다 내관이 더욱 고급스러웠다. 넓고 질 좋은 가죽시트, 선글라스와 슈트를 장착한 기사에 와이파이까지 가능한 미래문명의 택시였다. 경호원 같은 기사는 우리에게 사탕을 권유한다. 왠지 사탕을 먹으면 요금이 만원 추가될 것 같다. 자연스레 거절한다.


기사는 어차피 한국어를 모르겠지만 동지와 나는 괜히 속삭이며 말했다.


“택시비 얼마 나올까요?”

“글쎄요. 이 정도면 최소 10만 원은 나오지 않을까요?”


엄숙한 대화 끝에 택시비는 15만 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결정한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생각보다 긴 거리, 택시의 고급스러움, 두바이의 고물가를 고려한 합리적인 계산이었다. 절반씩 지불하여 7만 원 정도에 이런 경험 정도는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니 사막으로 뒤덮인 공항은 어디 갔는지 창 밖에는 어느새 고층빌딩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곧 엄청난 크기의 건물이 보인다. 종착지인 두바이 몰이다.

택시비가 얼마일까? 두근두근... 도로를 지나는 수많은 슈퍼카들은 우렁찬 엔진소리로 우리를 위협한다.


두근두근


"투 헌드렛 픱티!"


 250 디르함? 원화로 계산해 보니 7만 원이 조금 넘었다. 요금을 둘이 나누니 고통은 절반이 됐다. 표정을 숨기고 속으로 안도한다. 우려했던 바가지도 없었다. 한국에서도 이 정도 거리의 택시비면 족히 5만 원은 나올 텐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기름값이 두 배 이상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그런 것은 잊기로 한다. 우리는 공항 앞 경호원을 택시기사로 인정하기로 합의하며 설레면서 걱정됐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바이몰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두바이의 슈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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