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으로 울타리를 짓고
나무 심고 집을 그리면
강아지는 꽃밭을 뛰어다니다
액자에 노란 조명 켜지면
민들레꽃 후후
그림에 꽃 한 송이 심어 본다
도톰한 이불을 덮은 지붕 앞에는 꽃과 나무로 옷을 입혀놓았다. 가지런히 깔린 잔디 위를 강아지와 닭이 함께 뛰어다닌다. 작은 강은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상쾌한 날씨에 동화 같은 마을에서 정처 없이 걷다가 나룻배를 타고 작은 강을 거니니 뛰어다니던 강아지가 가까이 다가와 꼬리를 흔든다.
모든 것이 완벽한 마을이다. 아주 예쁜 그림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이런 마을에 살면 어떨까?
이곳만큼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평화로운 유럽 동네에서 1년여간 살았던 적이 있다. 아침은 뜨거운 국과 밥 대신 빵과 치즈를 먹었고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을 곁들였다. 북적이는 지하철을 탈 필요도 없었다. 30분에 한번 오는 기차를 시간에 맞춰 타고 넓은 들판과 소를 보며 도심지로 향했다. 저녁에는 조금 어두운 조명 밑 원목식탁에서 TV가 없는 식사를 했다. 각종 기념일과 약속 등을 챙겨야 했던 서울과는 달리 축구를 하거나 정원을 다듬는 것이 주말의 일상이었다.
힐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달 정도가 지났을까? 힐링이 연속되는 삶은 행복하지만 무언가 빈 느낌이었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삶이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온 것 같았다. 상처가 없는데 약만 발라대니 새살이 돋을 리가 없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이런 삶이 맞지 않았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것일까 원래 기질이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이 마을도 슬픔은 있을 것이다. 완벽한 삶은 없다. 견딜 수 있는 역경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어차피 지금은 이룰 수 없는 소망이기도 하다. 상대방은 고백도 하지 않았지만 이 마을을 먼저 거절해 본다.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걷다 보니 지고 있는 노을 아래 민들레꽃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저물어가는 해를 향해 민들레씨를 후후 날리며 그림 같은 마을에 하얀색 붓칠을 덧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