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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또에서 쿠바 한 잔.

진하게 깊어지는

초록색 조명의 맛


그윽하게 바라보는

시가의 시선


강렬하게 박히는

모히또의 합주


본고장의 모히또


쿠바는 다른 나라와 확연하게 다르다. 입국심사부터 굉장히 분위기가 무겁고 까다롭다. 꽤 많은 질문과 답변이 끝나고 나온 공항 밖은 아주 어두웠다. 쿠바는 숙박 어플에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할 수 없다. 에어비엔비가 가능하지만 예약할 수 있는 숙소가 많지 않다. 까사라는 숙박시스템이 있는데 직접 숙소를 방문해서 예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책 없는 여행자는 쿠바에 도착해서 직접 숙소에 방문하면 될 것이라는 이유 모를 자신감으로 묵을 곳 없이 쿠바에 도착했다. 쿠바는 인터넷이 제한적이라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없고 까사도 밤에는 모두 문을 닫는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쿠바가 어두운 것인지 쿠바에 도착한 나의 앞날이 깜깜해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쿠바의 밤은 어둡다. 지하철이나 버스가 있을 리 만무하여 모두 합승 인원을 구하며 택시를 타고 있었다. 위기의식을 충분히 느낀 터라 신속하게 다른 여행자를 스캔하였다. 머리가 곱슬인 어떤 여자가 정류소 쪽에서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니 합승할 인원을 찾는 것 같았다. 빠르게 다가가서 같이 택시 합승을 제안해 본다. 다행히 반가운 표정으로 승낙하였고 같이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그녀는 나에게 어디서 묵는지 물어보았고 덤덤하게 깜깜한 앞날에 대해 설명하였다. 고맙게도 그녀는 자신의 까사에서 같이 묵자며 초대해 주었고 쿠바의 깜깜했던 밤은 달빛과 별빛이 흘러나와 밝아지기 시작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은 뒤 곧장 밖으로 나왔다. 음식점은 모두 문을 닫았으나 술집은 영업 중이었다. 조금 낡았지만 충분히 멋진 간판을 내세운 바에 들어갔다. 초록색 조명, 벽에 스민 그윽한 시가 냄새, 수염을 멋지게 기른 주인장이 근엄하게 반긴다. 이질적인 분위기에 눈으로 맛을 느끼고 입으로 맛을 들었다. 허밍웨이가 사랑하고 대책 없는 여행자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인 모히또를 주문했다. 모히또를 들으면 한 배우의 명대사로 인해 몰디브가 떠오르겠지만 사실은 쿠바의 전통음료이다. 모히또와 막걸리가 같은 전통술의 느낌은 아니지만 만약 할리우드 영화 중에 발리에서 막걸리 한잔 하자는 명대사가 퍼져버린다면 조금 억울할 것 같다.


 주인장과 다르게 수염을 말끔하게 민 젠틀한 바텐더가 제조를 시작한다. 경건한 의식을 올리듯 조용히 구경했다. 맑은 리큐어에 초록색 조명보다 더 푸른 민트잎이 싱싱해 보인다. 마지막까지 집게로 정성스럽게 민트잎과 스트로를 놓으며 앞에 모히또가 놓였다. 급격하게 느껴지는 갈증에 크게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강한 민트와 독한 럼의 향이 인상적이다. 단 맛이 적으면서 맛이 거칠다. 이것이 진짜 모히또구나.


금방 한 잔을 비우고 데낄라 한 샷을 주문했다. 거칠게 한 샷을 입에 붓자 차가웠던 데낄라가 성대를 타고 들어가며 온몸에 뜨겁게 퍼진다. 그 사이 주인장이 시가를 꺼내 보인다. 담배를 좋아하지 않지만 시가는 중독성이 없고 향을 즐기는 것이라 하기에 한 모금 물어보기로 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시가를 빨아들여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불을 붙이자 시가에서는 커피 향이 난다.


‘난 지금 영화 속 배우, 독한 술과 거친 시가를 한 대 물고 연기로 한숨을 내뿜는 고독한 사나이다.’


영화배우로 빙의해 보았지만 겨우 불을 붙이자마자 콜록콜록 거친 기침이 터져 나왔다.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음속을 돌파하는 비흡연자의 기침은 바텐더와 주인장에게 곧장 전달된다.


‘으핫하하!’


초보 시가 흡연자를 본 주인장의 웃음이 연기보다 빨리 퍼져 나간다. 이미 우스워졌으니 분위기는 그만 잡고 술자리를 즐기기로 한다. 천천히 다시 시가를 음미하고 새로 주문한 모히또를 들이켰다. 남아있는 커피 향에 모히또가 섞여 혈관을 타고 몸을 채워주는 것이 느껴진다. 오랜 비행의 노곤함 때문인지, 술의 도수가 높아서인지, 혹은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금방 취기가 올랐다. 모히또, 시가 한 대, 다시 럼 한잔. 쿠바의 첫 밤은 초록색이다.



집게로 스트로우를 꽂는 바텐더의 섬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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