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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같은 사람.


멋짐을 말하지 않고 그저

입을 모았다


더 활짝 핀 모습으로 뽐낼 수 있음에도

튤립은 입을 모았다


꽃도 아닌 것이 꽃인 양 떠들던

봉오리는 입을 모았다


꼭꼭 숨겨도 풍취가 흐르기에

튤립은 잎을 모았다


끝없이 펼쳐진 튤립 농장


5월의 네덜란드는 튤립의 축제이다. 농장에는 가지각색의 튤립이 셀 수 없이 피어있고 정원에는 잘 다듬어진 나무 사이로 가장 예쁜 튤립들이 조화롭게 진열되어 있다. 이토록 많은 튤립은 물론 한송이도 제대로 보는 것이 처음이다. 튤립은 신기하다. 일반적으로 꽃은 잎을 활짝 펼쳐 자신의 예쁨을 온 세상에 알린다. 최대한 화려하고 예쁘게 보이도록 자신을 자랑하여 벌과 나비를 유혹하고 열매를 맺는다. 튤립은 다르다. 긴 시간을 기다려 마침내 꽃을 피웠으면 다른 꽃처럼 활짝 펼쳐 자신을 자랑할법한데 튤립은 잎을 모으고 있었다.


사람 중에서도 튤립 같은 이들이 있다. 예쁜 꽃잎들을 활짝 필 수 있음에도 옹기종기 모아 꽃술을 감싸고 있는 튤립처럼 자신을 뽐내지 않는다. 튤립이 아무리 잎을 모으고 웅크려도 새어 나오는 향기를 막을 수 없듯 튤립 같은 이의 매력은 숨길 수 없다. 그들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고 결과로 보여준다. 자신의 목표를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며 목표를 이루어 꽃을 피워도 잎을 모은채 여전히 겸손하다. 꽃잎을 활짝 펴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입을 모아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이들은 대부분 서글서글하지만 우둔하지 않고 택언에 신중하다.


나는 성격이 외향적이고 장점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아직 꽃도 아닌 것이 수선화처럼 잎이 활짝 피다 못해 꺾일 정도로 활짝 피어 보이도록 노력했고 향기가 나길 바랐다. 물론 수선화 같은 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를 좋아할 때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었다.


수선화가 잎을 모아 꽃을 피울 수 없듯 사람마다는 기질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튤립 같은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튤립은 될 수 없을지언정 보잘것없는 풀잎으로 꽃인 척하는 사람은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잎을 모아도 향이 나던 튤립 같은 당신을 동경한다.


잎은 모은 모습이 굉장히 곱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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