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현 Jan 06. 2019

차변은 필요한 사람 대변은 필요하지 않은 사람

인간관계에 대차대조표



2019년이 다가오며 나이도 한 살 더 먹게 되었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못생겨 지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것이 좋았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걱정과 불안이 연속적으로 다가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주팔자, 신년운세, 토정비결로 2019년 나의 운세를 살펴본다.


2019년 새해가 밝으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한다. 카카오톡 목록을 보면서 새해 인사를 할 사람들에게 연락을 보내본다. 나는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보낼 때 복사 붙여 넣기를 하지 않는다. 일일이 그 사람들과의 기억을 토대로 한 명 한 명 연락을 한다. 물론 복붙 하면 사람들도 다 복붙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적으로 먼저 연락을 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누구나 그렇듯 연락이 오지 않아 마음에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는 것 때문이 아닌 그냥 먼저 인사하는 사람(인싸)이 되고 싶어서다.


이렇게 10명, 20명, 100명에게 카톡을 보내는 중 뜬금없이 새해 인사를 안 하고 지나친 사람들에게 새해 잘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내가 보낸 100명의 사람들은 내가 아무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을 사람이란 것을 조금은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한 사람은 내가 무시하고 지나쳐 간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들에게 내가 그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를 만드는 시절이 있었다. 방학 동안 연락 한 통 없어도 개학하고 얼굴 보면 그 간의 공백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색함이란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시절.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무 목적 없이 만나는 주변의 사람들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내 머릿속엔 대차대조표와 같은 선이 생겨버렸다.


이 선을 기준으로 차변은 필요한 사람 대변은 필요하지 않은 사람



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물론 내가 그 사람이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말 친구로서 그냥 연락을 하는 것도 있다. 이렇게 다른 누군가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나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해외에 나와있기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같은 업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 번 연락을 해주는 사람들이다.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지만 나와 함께 만나며 시간을 보낸 시간이 소중했고 즐거워서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연락 한 통 없이 사는 사촌 친척에 비해서 더 소중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나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굳이 좋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도 싫어한다. 그렇지만 나를 누군가가 좋아해 준다는 것은 생각보다 의미 있는 일이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항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던 나는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나를 찾아주고 연락해주는 그런 사람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9년은 대차대조표를 지우고 시작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옛 연인 당신에게.. 더럽은 경험인가요? 추억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