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삶의 구조
태극도는 동양 철학이 선사한 가장 깊은 통찰 중 하나다. 그 안에는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원리, 끊임없는 변화 속의 균형, 그리고 흔들림 속에서도 흐름을 타며 중심을 잃지 않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태극의 핵심은 '유연한 균형'이다.
태극은 음과 양, 두 상반된 힘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며 조화를 이룬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와 움직임 속에도 중심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중심 없는 유연함은 방황이고, 중심만 있는 경직은 부러지기 쉽다. 퇴계는 이 조화 속 중심을 ‘경(敬)’이라 표현했고, 자기 마음을 깨어 있게 지키는 태도가 곧 태극의 원리를 따르는 삶이라고 보았다.
칼 융은 심리적 통합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조정과 균형의 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이 여러 내적 요소들—감정, 생각, 무의식적 욕망—사이에서 유연하게 소통하며 자기중심(Self)을 유지할 때 진정한 건강함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조셉 캠벨 역시 영웅은 외부의 도전에 맞서면서도 자기중심을 잃지 않고 흐름에 순응하는 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는 속도와 경쟁을 강조한다. 견고함보다 유연함이, 완고함보다 적응력이 더 요구된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내면의 기준이 흐려지지 않도록 중심을 잃지 않는 유연함이다. 태극은 말한다. "흐름 속에 있으되, 그 흐름에 휩쓸리지 마라."
오늘 하루, 내 안의 태극을 떠올려보자. 관계에서, 선택에서, 감정의 기복 속에서 나는 얼마나 유연하며, 또 얼마나 중심을 지키고 있는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 흔들리되 부러지지 않는 인생의 태도는 바로 태극이 가르쳐주는 삶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