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퇴계의 서명지도란 무엇인가?

by 이재현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로 살아가기로 선택하는가가 중요하다.” (브레네 브라운)


아주 오래전, 조선의 학자 퇴계 이황은 『성학십도』에서 ‘서명지도(誓命之圖)’라는 도식을 남겼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의 삶에 책임지는 존재가 되기 위해, 하늘에 자신을 맹세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보았다. 단지 큰 뜻을 품는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 이 근본적인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에 ‘서명’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서명지도다.


오늘날 우리는 이 질문을 자주 놓친다. 정보는 넘치고 역할은 많아졌지만, 진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은 드물다. 직장에서의 직함, 사회적 이미지, SNS 속의 나는 많지만,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붙드는 기준은 점점 희미해진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바쁨 속에 미뤄지기 일쑤다.


퇴계의 서명지도는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한다. ‘나’라는 존재가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어떤 뜻과 흐름 속에서 이 세상에 왔고, 그것에 응답하듯 살아야 한다는 믿음. 그 믿음이 곧 서명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응답은 거창한 언어가 아니라, 조용한 결심과 반복되는 실천에서 드러난다.


오늘,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삶의 방향과 깊이를 결정짓는 물음이다. 이 질문에 정직하게 응답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종이에 적어보자.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기로 스스로에게, 세상에, 하늘에 맹세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매일 한 번씩 소리 내어 읽어보자. 문장은 바뀌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스스로를 향해 다시 말하는 그 ‘의지’이니까.


나의 인생은 나의 서명으로 완성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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