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어느 단계에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는가?
공감은 단지 듣는 것이 아니다. 공감은 '어떻게' 듣는가의 문제이자, 그 사람의 내면에 얼마나 다가가는가의 깊이이다. 공감적 경청(empathic listening)은 단순한 청취를 넘어서, 상대방의 감정과 의미, 그 이면의 맥락까지 받아들이는 태도다. 스티븐 코비는 그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공감적 경청을 5단계로 구분했다. 이 다섯 단계는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듣는 듯 안 듣는 상태'에서 진정한 이해로 이르는 과정의 지도를 제공한다.
1단계: 무시(Ignoring)
말 그대로 ‘듣지 않는’ 상태다. 상대방이 말을 해도 의식적으로 들으려 하지 않고, 눈도 맞추지 않으며, 반응도 없다. 상대방은 여기서 깊은 소외감을 느끼고, 대화의 연결은 시작도 되지 않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이 1단계에 머문다.
2단계: 듣는 척(Pretending)
형식적으로는 듣는 자세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딴 데 가 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응, 그렇구나” 같은 반응은 하지만, 내용은 흘려보낸다. 상대는 본능적으로 이 ‘가짜 듣기’를 알아차리며, 진정한 대화는 단절된다.
3단계: 선택적 경청(Selective Listening)
말 중에서 관심 있는 부분만 듣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특히 자신의 관점에 유리한 내용이나 익숙한 정보에만 반응한다. 이는 자칫 ‘나의 틀’로 상대를 판단하게 만들며, 대화를 얕고 단선적으로 만든다.
4단계: 주의 깊은 경청(Attentive Listening)
상대의 말을 전체적으로 주목하며, 그 내용에 집중한다. 표정, 어조, 말의 흐름을 인지하고 반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계까지만 와도 괜찮다고 느낀다. 그러나 아직 ‘공감적 이해’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말의 ‘내용’은 듣지만, 감정의 ‘맥락’은 놓칠 수 있다.
5단계: 공감적 경청(Empathic Listening)
상대의 말뿐 아니라, 감정, 의미, 그 배경에 있는 욕구나 상처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판단이나 충고 없이, 상대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려는 진심이 담긴 경청이다. 여기서는 말보다 침묵이, 반응보다 ‘느낌의 공유’가 더 중요하다. 상대는 비로소 ‘이해받고 있다’는 감정적 안정과 신뢰를 느끼게 된다.
이 다섯 단계를 통해 우리는 깨닫게 된다. ‘듣는 행위’에는 층위가 있으며, 진정한 공감은 훈련된 기술을 넘어서 마음의 깊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퇴계 이황은 ‘경(敬)’을 통해 마음을 한곳에 집중시키고, 대상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태도를 강조했다. 공감적 경청의 마지막 단계 역시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 상대가 느끼는 감정의 물결에 경건한 주의로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단지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듣는 리더가 된다.
공감은 마음을 여는 언어이며, 경청은 그 문을 두드리는 손짓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단계에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