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 강하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람은 언제나 변화 속에서 배움을 통해 살아남아 왔다. 농경사회에서는 계절의 순환과 씨앗 뿌리는 법을 배워야 했고, 산업사회에서는 기계를 다루고 협업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이한 디지털 혁명과 AI 시대는 단순히 생활 도구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이 사고하고,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 전체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 시대의 인간형은 더 이상 단순히 ‘일하는 인간(Homo faber)’이나 ‘생각하는 인간(Homo sapiens)’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며 스스로를 새롭게 빚어내는 ‘배우는 인간(Homo discens)’이다.
첫째, 기술의 변화 속도가 인간의 습득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AI, 로봇, 빅데이터, 유전자 편집과 같은 기술이 산업과 일상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 번 배운 전공지식이 수십 년 동안 유효했지만, 이제는 졸업과 동시에 지식이 낡아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시대에, 생존 자체가 끊임없는 학습 능력에 달려 있다.
둘째, 학습은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 변화에 대한 태도로 확장되고 있다. 배우는 인간은 새로운 환경을 두려움 대신 호기심으로 맞이하고, 실패를 좌절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본다.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배우는가”이며, 이 태도가 결국 적응력과 창의력으로 연결된다. 배우기를 멈추는 순간, 사람은 그 자리에서 정체되고, 시대는 그를 지나쳐 간다.
셋째, 배우는 인간은 개인의 생존을 넘어서 사회적 리더십과도 직결된다. 배우는 태도를 가진 리더는 세대와 세대, 기술과 인간, 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새로운 도구와 흐름을 배우고 받아들이며, 이를 구성원과 나누는 과정에서 신뢰와 영향력을 얻는다. 반면, 학습을 거부하는 리더는 조직을 과거의 틀에 묶어 두고, 결국 공동체 전체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퇴계가 평생을 ‘배움의 길’에 헌신했던 것도, 배움이 곧 자기완성과 공동체 성숙을 이끄는 힘이기 때문이었다.
넷째, 배우는 인간 Homo discens는 단순히 미래를 대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를 창조하는 주체다. AI가 제공하는 방대한 정보와 가능성 속에서, 배우는 인간은 새로운 조합을 만들고, 혁신을 현실화하며, 불확실성을 기회로 전환한다. 다시 말해, 배우는 인간은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그 파도를 타고 나아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전문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고, 질문하며, 연결하는 사람이다. 배우는 인간은 두려움 대신 호기심을 선택하고, 안주 대신 도전을 선택하며, 정체 대신 성장을 선택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가장 강한 존재는 바로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