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신뢰는 거창한 선언이나 한 번의 감동적인 행동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 반복되는 ‘작은 약속’들이야말로 신뢰의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약속’은 단지 계약서에 적힌 의무가 아니라, ‘나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관된가’, ‘상대가 나를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신뢰란 예측 가능성 위에 세워지는 감정이다.
리더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회의를 시작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에 일관된 태도로 반응하며, 요청에 대해 성실하게 응답할 때 사람들은 점점 그 리더를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반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말 바꾸기가 잦고,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태도가 예측 불가한 사람은 신뢰받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는 언제나 예측 가능성과 함께 자란다.
스티븐 코비는 “작은 약속을 지키는 능력은 큰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자격을 만든다”라고 말한다.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신뢰의 대부분은 사실, 이전에 지켜지지 않은 수많은 작은 약속들이 만든 균열에서 비롯된다. "오늘 전화드릴게요"라고 해놓고 잊거나, "내일까지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했지만 미루는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은 말만 하고 안 지킨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반대로, 사소해 보이는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얻는다.
퇴계 이황의 삶 역시 ‘작은 약속의 일관성’으로 채워져 있었다. 매일 새벽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공부하고, 제자들에게 예고한 강의를 빠짐없이 이행하며, 편지나 문답에서도 정중한 태도를 지켰다. 그 일상의 성실함이 수많은 제자들의 존경을 이끌었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그의 인품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작은 약속은 단지 실용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내가 이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에 대한 표현이다. 반복된 약속의 이행은 상대에게 예측 가능한 신뢰감을 제공하고, 관계 속 안정성을 만든다. 그것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토대가 된다.
오늘 나는 어떤 약속을 지켰는가? 혹은 어떤 약속을 무심히 지나쳤는가? 리더십은 결국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힘이며,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해 보이는 약속 하나를 지키는 데 있다.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은 결국, 사람의 인격을 증명하는 가장 조용한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