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불신을 줄이는 대화법

정확하게 듣고, 정중하게 말하는 법

by 이재현

대부분의 관계 갈등은 의도적인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말하지 않음’, ‘제대로 듣지 않음’, ‘다르게 해석함’에서 생긴다. 의도는 좋았지만 표현이 미숙했고, 마음은 열려 있었지만 듣는 태도가 부족했으며, 사실은 명확했지만 전달 방식이 모호했던 것이다. 이런 대화의 어긋남은 곧 오해를 낳고, 반복되면 불신이 된다.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오해를 줄이고, 불신을 예방하는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말솜씨가 아니라, 진심과 성찰에서 출발한다. 퇴계 이황은 '경(敬)'의 태도로 마음을 다스리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며, 말할 때마다 자신이 전하려는 뜻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의 대화법은 단순한 수사적 기교가 아니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상대를 향한 존중을 담는 말하기’였다.


스티븐 코비 또한 인간관계에서의 대화는 '상호 신뢰 자본'을 축적하거나 소진하는 핵심 장치라고 강조한다. 그가 제안하는 오해를 줄이는 대화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기

우리는 종종 ‘본 것’이 아니라 ‘해석한 것’을 이야기한다. “그는 날 무시했어”는 해석이고, “그는 내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감정과 해석은 정당하지만, 그것을 말로 전할 때는 ‘사실 기반’으로 풀어내야 오해를 줄일 수 있다.


2. I-message로 표현하기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하면 상대는 방어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좀 서운하게 느껴졌어”라고 말하면 상대는 ‘감정’에 반응하게 된다. 나의 느낌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I-message는 상대에게 위협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3. 확인하고 되묻기

상대의 말을 들을 때 "그 말은 이런 뜻인가요?" "혹시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까요?"라고 되묻는 습관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오해 예방 장치다. 많은 갈등은 ‘내가 들은 대로’가 아니라, ‘내가 들었다고 믿은 대로’ 발생한다.


4. 침묵의 의미를 묻기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말을 하지 않는 상대에게 섣불리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조심스럽게 “지금 어떤 마음이신가요?”라고 물어보는 것, 그것이 진심을 열어가는 대화의 문을 연다.


5. 대화의 속도를 늦추기

대화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감정이 격할수록 우리는 서두르며 오해를 낳기 쉽다. 잠시 멈추고, 한 번 더 들으며, 말과 말 사이에 여백을 두는 것이 대화의 질을 높인다. 퇴계가 강조한 ‘신중함(愼)’은 결국 말의 속도를 낮추고, 의미의 깊이를 더하라는 조언이었다.


우리는 모두 대화에서 실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줄이려는 성찰과 실천이다. 말은 다리를 놓을 수도 있고, 벽을 만들 수도 있다. 신뢰를 원하는 리더라면, ‘정확하게 듣고, 정중하게 말하는 법’을 끊임없이 익혀야 한다.


오해를 줄이는 대화는 곧 관계를 살리는 대화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존중과 자기 마음의 정직함이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말을 건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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