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없는 메시지?

말투와 이모지의 심리학

by 이재현

디지털 소통의 시대, 우리는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텍스트, 메일, 댓글, 메신저. 그러나 이 글자들은 종종 감정을 담기엔 너무 건조하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말투, 어떤 이모지와 함께 전달되는가에 따라 그 의미는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 “알겠어요.”라는 단어 하나만 보더라도 그것이 친절인지, 짜증인지, 무심함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음표 대신 느낌표를 붙이고, 말줄임표를 조절하며, 때론 웃는 얼굴 이모지를 더해 감정을 보완한다.


문자 메시지는 목소리의 높낮이나 눈빛, 제스처 같은 감정 단서를 가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종종 오해와 불신이 생긴다. 누군가는 단답형 메시지를 보고 ‘불쾌하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이모지를 과하게 쓰는 상대에게 ‘가볍다’는 인상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소통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감정을 ‘읽고’,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모지가 현대의 감정언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상징들은 단어가 담지 못하는 뉘앙스를 표현하고, 말투와 분위기를 조절하며, 대화의 온도를 바꾼다. 이모지는 단지 장식이 아니라 ‘공감 신호’이며, 때론 감정을 대신해 주는 대체 언어다.


하지만 말투와 이모지가 감정의 진심을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모지의 사용보다도, 맥락을 고려한 언어 선택과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메시지는 때로 이모지 없이도 충분히 따뜻하다. 반대로 감정이 결여된 언어는 아무리 많은 하트와 웃는 얼굴을 덧붙여도 그 공허함을 감출 수 없다.


퇴계 이황의 서간문에는 이모지도 없고, 말투 효과도 없지만, 그 글 속에는 마음의 온기가 살아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글을 통해 전하려는 진심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디지털 소통에도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의도된 성의’다.


말투와 이모지는 감정을 읽고 전하는 보조 장치일 뿐이다. 진심은 결국 표현의 기술보다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묻는다. 지금 내가 보내는 메시지에는 어떤 감정의 결이 담겨 있는가? 그 말투는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있는가? 이모지를 넘어서, 진짜 마음이 전달되는 언어는 언제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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