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은 왜 불편한가?

무의식적 편견 넘기

by 이재현

다양성’은 오늘날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가치 중 하나다. 우리는 다양한 세대, 성별, 국적, 사고방식, 삶의 배경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그것이 더 창의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다양성은 이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때때로 불편하고 낯설며, 심지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우리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은 무의식적 편견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을 편안하게 느끼고, 낯선 것을 경계한다. 이건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심리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익숙한 환경,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반대로 자신과 다른 언어를 쓰거나, 다른 옷을 입거나,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의 작용이다. 이것은 누군가를 차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익숙함만을 좇으려는 내면의 습관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회의에서 소수 의견을 낸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의견이 논리적으로 맞는지를 따지기 전에 ‘왜 분위기를 깨지?’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또는 어떤 직장에서 중년 여성이 기술 부서에 지원했을 때, ‘그 연세에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선입견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판단은 너무 오래 익숙했던 기준과 경험에서 무심코 튀어나온다. 바로 이 지점이 다양성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이 무의식적 편견을 직시하고 넘어설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먼저 자신의 인식 습관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떤 사람을 더 편하게 느끼는가?’,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에게 거부감을 느끼는가?’ 같은 질문은 우리의 인지 지도를 새롭게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성찰을 통해 우리는 점차 낯선 것을 불편함이 아니라 학습의 기회와 관계의 확장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세대 간의 간극, 문화적 차이, 기술에 대한 인식 차이 등 다양한 형태의 ‘다름’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다름은 때때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불편함을 이유로 다양성을 회피하거나 억제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닫게 된다. 불편함은 오히려 ‘성장의 초대장’이다. 우리가 기존의 인식에서 한 발짝 벗어나는 바로 그 순간, 새로운 통찰과 창조성이 움트기 시작한다.

결국 다양성은 개인의 내면에서 출발하는 인식의 전환이다. 그리고 그 전환은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성찰과 학습의 재료로 삼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무의식적 편견을 넘어설 때, 우리는 진짜 의미에서 ‘다름’을 인정할 수 있고, 그 다름 속에서 더 깊고 넓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다양성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요구하지만, 그 불편함을 통과한 곳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와 존중의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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