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을 찾는 협업의 기술

경청과 탐구

by 이재현

협업에서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은 ‘네 생각’과 ‘내 생각’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 둘의 중간을 절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종종 무난하지만, 동시에 가장 평범하고, 때로는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진정한 협업의 힘은 전혀 다른 지점에서 나온다. 그것은 각자의 생각을 뛰어넘어, 누구도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제3의 길’을 함께 찾아내는 것이다.


‘제3의 길’은 단순한 중간 지점이 아니다. 그것은 두 개의 다른 길이 만나서 새로운 길이 생겨나는 창조적 결합의 결과다. 이 길에는 양쪽의 장점이 살아 있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이 담겨 있다. 이 과정은 종종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 방식과 네 방식을 모두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경청과 탐구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왜 저 사람은 그렇게 말하는가?”, “그 선택 뒤에는 어떤 필요와 우려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진짜 요구를 발견할 수 있다. 탐구는 이 요구들을 바탕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상상하는 과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가 이기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중심에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어머니는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만큼,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쉬는 힐링 여행을 원한다. 반면 아들은 짧은 시간이라도 스릴 있고 재미있는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어 한다. 단순한 절충이라면, 오전에는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놀이공원을 가는 식으로 시간을 나누는 계획이 될 것이다. 겉으로는 합의처럼 보이지만, 각자가 원하는 ‘몰입된 경험’은 다소 줄어든다.


그러나 ‘제3의 길’을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족이 함께 의논하면서,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모험형 액티비티를 찾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숲 속 모노레일, 산악 케이블카, 호수 카약 체험 같은 활동이 그 예다. 이렇게 하면 어머니는 자연 속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아들은 활동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서로의 요구가 결합된 새로운 여행 경험을 만들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관점이나 경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술, 문화, 경제, 환경이 서로 얽혀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점점 더 ‘제3의 길’이 필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용기,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제3의 길’은 신뢰와 열린 대화,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 속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길이다. 협업의 기술이란, 바로 이 길을 함께 찾아 나서는 힘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더 이상 네 편과 내 편으로 나뉘지 않는다. 오직 ‘우리의 편’만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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