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온전히 돌보는 리더십

by 이재현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조직을 이끄는 능력,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 성과를 창출하는 전략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퇴계의 수양 철학과 오늘날의 리더십 연구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핵심은 의외로 “자기 돌봄(Self-care)”이다.


자기 돌봄은 리더십의 출발점

리더는 늘 많은 사람의 기대와 요구 속에서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 감정, 사생활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리더는 결국 소진(Burnout)에 이르고,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면 아무리 뛰어난 능력도 발휘할 수 없다.
퇴계가 하루의 시작부터 옷차림과 자세를 바로잡고, 마음을 경건히 하며, 자신을 단속했던 이유는 자신을 정돈하는 것이 곧 하루 전체의 질과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면 관리와 외적 성과의 상관관계

리더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면,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을 이끌 수 있다. 반대로 자기 관리가 부족하면 감정 기복이 잦아지고, 판단이 순간적인 압박에 휘둘리며, 조직 전체에 불안정한 분위기를 전파한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자기 효능감(Self-efficacy)’과 ‘리더십 지속성’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이는 곧 리더가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있어야 타인도 그를 신뢰한다는 의미다.


AI 시대, 자기 돌봄의 새로운 의미

AI와 디지털 도구는 리더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정보 과부하와 의사결정 속도의 압박을 가중시킨다. 이런 환경에서는 물리적·정신적 휴식이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된다. 명상, 운동, 취미 활동, 가족과의 시간은 리더가 ‘생산적인 속도’를 유지하게 하는 에너지 재충전의 장치다.
퇴계의 ‘경제잠’이 강조한 주의 집중과 마음 가다듬기는 오늘날의 마음 챙김 리더십(Mindful Leadership)과 통한다.


타인을 돌보기 전에 나를 돌본다

비행기 안전 안내에서 ‘산소마스크를 먼저 자신에게 착용하라’는 지침이 있듯, 리더십에서도 나를 돌보는 것이 우선이다. 나의 신체적 건강, 정신적 안정, 도덕적 기준이 온전해야 구성원과 조직을 건강하게 이끌 수 있다.

자기 돌봄은 이기심이 아니라, 더 오래, 더 깊게, 더 넓게 봉사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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