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식 루틴 vs. 현대적 웰빙 루틴
퇴계 이황의 하루는 도덕적 수양과 정신적 집중을 위한 철저한 루틴이었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옷차림 하나도 경건하게 갖추었다. 걷는 걸음, 말하는 태도, 독서와 사색의 자세까지 모두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한 수양의 과정이었다. 퇴계에게 루틴은 단순히 시간을 관리하는 도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려 삶 전체를 조화롭게 만드는 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웰빙 루틴은 건강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침 운동, 명상,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적 웰빙 루틴의 핵심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신체적·정신적 회복력을 키우며,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는 산업사회와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속도와 성과에 적응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루틴을 자세히 비교해 보면, 본질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퇴계는 경(敬)의 태도를 통해 순간순간을 경건히 살고자 했고, 현대인은 마음 챙김과 웰빙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자 한다. 한쪽은 도덕적 수양을, 다른 한쪽은 정신적 안정과 건강을 강조하지만, 결국 몸과 마음을 정돈하여 더 나은 삶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를 가진다.
차이가 있다면, 퇴계식 루틴은 도덕적·학문적 완성을 목표로 한 ‘자기 수양의 길’이었고, 현대적 웰빙 루틴은 개인의 행복과 효율성, 그리고 건강을 우선시하는 ‘자기 관리의 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두 길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퇴계의 루틴에서 강조한 내면의 경건함과 도덕적 성찰이 현대 웰빙 루틴과 결합할 때, 우리는 단순히 건강한 삶을 넘어 의미와 가치가 살아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퇴계식 루틴과 현대적 웰빙 루틴은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났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두 가지를 함께 아우르는 균형이 필요하다. 몸을 돌보되 마음을 잊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되 도덕적 성찰을 함께하는 루틴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일상의 수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