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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설과 도덕적 리더십

윤리적 판단과 공공 책임

by 이재현

리더십의 근본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퇴계 이황은 그 답을 ‘인(仁)’에서 찾았다. 인은 인간의 마음속에 본래 자리한 생명의 본질이자 사랑의 원리로써,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인설도'에서 설명하듯, 인은 모든 덕목을 포괄하며 그 중심에 서서 삶의 방향을 이끈다. 이는 자신을 넘어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공(公)의 마음, 즉 공공성과 배려를 실천하는 태도와 직결된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개인의 자유가 극대화된 사회를 살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공공을 향한 책임과 도덕적 판단이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이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시대에도, 책임의 주체는 결국 인간 자신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어떤 가치와 윤리에 따라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리더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마음, 공동체의 안녕을 우선하는 책임,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도덕적 통찰이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리더는 기술적 수단을 다루는 전문가이기 이전에,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주제는 바로 그 지점을 성찰한다. 퇴계의 ‘인설’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리더가 어떻게 도덕적 판단과 공공 책임을 실천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나아가 AI 시대라는 새로운 맥락 속에서, 기술과 인간다움의 균형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도 함께 살펴본다.


우리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물음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내가 오늘 내린 선택은 과연 선한 영향력이 되었는가?”
“나는 공동체 앞에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바로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설과 도덕적 리더십’의 여정이다.


인설도(仁說圖)

주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仁)은 하늘과 땅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마음이자, 인간이 그 마음을 받아 가진 본질적인 마음입니다."

감정이나 충동이 나타나기 이전, 인간의 마음속에는 이미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네 가지 덕목(사덕, 四德)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仁)은 나머지 덕목을 포괄하며,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아우르고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인(仁)을 "생명의 본질", "사랑의 원리", "인(仁)의 바탕"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감정과 충동이 표출될 때 나타나는 사단(四端) 중에서도 측은(惻隱)은 그 본질을 대표하며, 사랑의 감정을 상징합니다. 측은은 어디든 스며들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본질의 구현", "사랑의 감정", "인(仁)의 작용"으로 불립니다.

더 넓게 보면, 감정이 발현되지 않은 상태(未發)를 "바탕(體)"이라 하고, 감정이 드러난 상태(己發)를 "작용(用)"이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仁)은 바탕이 되고, 측은(惻隱)은 작용이 됩니다.

이 인(仁)을 실천하는 핵심은 공(公)에 있습니다. 공이란 자신의 이익을 넘어서 타인의 입장과 전체를 고려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공자께서도 인(仁)의 실천은 "사적인 자아를 극복하고, 공적 질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공적인 태도는 스스로를 수양하며, 동시에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줍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효도와 형제애(孝悌)를 실천하며, 사회에서는 타인을 배려하고 관용의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이러한 자각(知覺)은 인(仁)의 또 다른 속성인 지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의 글 ‘인설도’는 <코비가 묻고, 퇴계가 답하다/이재현>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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