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중심은 인(仁)이다

왜 리더는 ‘선한 마음’을 품어야 하는가

by 이재현

리더십은 단순히 권력을 행사하거나 조직을 운영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책무이다. 따라서 리더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조건은 능력이 아니라 마음의 바탕, 곧 선한 마음이다. 퇴계 이황이 인(仁)을 리더십의 중심에 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인은 개인적 미덕을 넘어 리더가 반드시 지녀야 할 공적 덕목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선한 마음을 잃은 권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 준다. 탐욕과 불신이 지배한 리더는 타인을 도구로 삼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고대의 폭군에서 현대의 기업 스캔들, 정치적 독재에 이르기까지 사례는 끝이 없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선한 마음이 없으면 그 능력은 칼이 되어 공동체를 위협한다. 반대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선한 마음을 가진 리더는 해치지 않고 오히려 협력과 신뢰를 이끌어 낸다. 결국 리더십의 본질은 마음의 방향에 달려 있다.


퇴계는 『인설도』에서 인의 실천을 공(公)의 태도로 설명하였다. 공은 사사로운 욕망을 넘어 공동체 전체를 향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선한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곧 공적 책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전체의 선을 고려하는 태도, 그것이 리더의 본분이다. 작은 결정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안다면, 그 결정의 바탕은 반드시 공동체를 향한 선의여야 한다.


또한 선한 마음은 리더십의 신뢰를 형성한다. 구성원이 리더를 따르는 이유는 단순한 유능함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리더십은 작동한다. 신뢰의 핵심은 리더가 구성원을 존중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다. 현대 조직 이론에서 강조하는 ‘심리적 안전감’도 같은 맥락이다. 선한 마음을 가진 리더 아래에서 구성원은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창의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 결국 배려와 존중의 태도가 조직의 협력 문화를 낳는다.


선한 마음은 또한 옳고 그름을 분별하게 하는 내적 기준이 된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호의가 아니라 도덕적 판단력으로 이어진다.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정의 사이의 선택, 인기 영합과 공동체 전체를 위한 어려운 결정 사이에서 리더를 붙잡아 주는 것은 바로 인에 뿌리박은 도덕적 양심이다. 기업 경영자가 환경을 희생시키며 이익을 택할 것인지, 정치 지도자가 어려운 개혁을 감행할 것인지는 모두 리더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삶을 바꾸는 시대에도 이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은 강력하지만 그것을 어떤 가치로 활용할지는 인간의 몫이다. 리더가 선한 마음을 잃으면 기술은 편향과 오용을 통해 사회를 위협할 수 있다. 반대로 선한 마음을 품으면 기술은 인간을 돕는 도구로 자리 잡는다. 따라서 AI 시대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도덕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다. 선한 마음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게 하고, 편향을 경계하며, 기술이 공동체에 기여하도록 이끈다.


리더에게 선한 마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권력을 올바르게 쓰고 신뢰를 얻으며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적 자질이다. 퇴계가 인을 인간 본성의 근원으로 규정한 이유도 결국 인간다운 리더십은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리더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나는 지금 이 선택을 통해 나 자신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살리고 있는가?”

이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면, 그 리더는 이미 도덕적 지도자의 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언제나 선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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