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사람을 남기고, 사람은 인을 남긴다

by 이재현

리더십의 본질은 시대에 따라 표현은 달라졌어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리더를 업적의 크기로 평가했고, 또 어떤 이는 권력의 크기로 잣대를 세웠다. 그러나 퇴계 이황이 남긴 사상과 인(仁)의 전통을 돌아보면, 진정한 리더십의 가치는 외적 성취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 남기는 것은 곧 이다. 이 말은 리더의 궁극적인 사명이 무엇인지, 인간이 삶을 통해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를 잘 드러낸다.


퇴계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학문을 지식의 습득으로만 여기지 않았다. 그는 학문을 통해 사람을 세우는 일에 집중했다. 인의 본질이 타인을 향하는 공감과 배려라면, 리더는 그 본질을 이어받아 사람을 키우고 이끄는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리더가 남기는 최고의 유산은 화려한 제도나 물질적 성취가 아니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남기고, 학교에서는 교사가 제자를 남기며, 조직에서는 리더가 동료와 후배를 남긴다. 그들이 다시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때 리더의 삶은 비로소 빛난다.


많은 리더가 업적과 권력을 남기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쉽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격과 가르침은 세대를 넘어 전해진다. 공자가 말한 “덕이 있는 이는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말은 리더의 인격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그 사람들을 통해 지속적인 유산이 이어짐을 보여준다. 퇴계 역시 큰 정치적 권력이나 물질적 부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제자들이 학문과 도덕을 이어받아 지역과 나라의 기둥이 되었던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한다. 바로 이것이 “리더는 사람을 남긴다”는 말의 참뜻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남기는가? 그것은 바로 이다. 재산이나 지위는 결국 사라지지만, 그가 베풀었던 사랑과 정의, 공감과 배려는 타인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한 사람의 인은 가정의 분위기를 바꾸고, 공동체의 문화를 형성하며, 후대의 가치관을 길러낸다. 이처럼 인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정신적 자산이다. 따라서 지도자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라 인을 품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다시 인을 전할 때, 공동체는 건강한 순환을 이룬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기업 리더가 단기 성과에만 매달린다면 그의 업적은 잠시 화려할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한다. 반면 사람을 길러낸 리더는 자신이 물러난 뒤에도 조직을 지탱하는 토대를 남긴다. 교육자가 학생에게 지식을 넘어 삶의 태도를 전할 때 그 영향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인성 있는 인재가 없다면 문명은 허약해진다. 따라서 리더가 기술보다 사람을, 성과보다 인성을 남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리더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권력인가, 업적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퇴계는 제자들에게 늘 ‘사람다운 사람’이 될 것을 가르쳤고, 그 유산이 오늘까지 전해진다. 리더가 사람을 남길 때, 그 사람은 다시 인을 남기고, 공동체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따라서 리더의 궁극적인 과업은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남기는 최고의 흔적은 인이다. 리더가 남긴 사람들이 공동체 속에서 공감과 배려, 정의와 책임을 실천할 때 인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리더십은 단절되지 않고 지속된다. “나는 사람을 남겼고, 그 사람은 인을 남겼다.” 이 말에 당당히 답할 수 있다면, 그 리더십은 이미 도덕적 완성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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