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3가지 기준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판단하는 힘

by 이재현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리더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는 공동체 전체의 방향과 신뢰를 좌우한다. 따라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나 기술을 넘어선 도덕적 판단력, 즉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분별하는 힘이다. 퇴계의 사상과 현대 윤리학을 함께 살펴보면, 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선한 마음이다. 퇴계가 강조한 인(仁)은 곧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이는 동정심을 넘어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로, 도덕적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예컨대 기업 경영자가 구조조정을 고민한다면, 단순히 비용 절감의 계산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직원과 그 가족의 삶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선한 마음이 없는 결정은 아무리 효율적이라 해도 인간다운 선택이라 말하기 어렵다.


둘째는 공정한 원칙이다. 선의가 있더라도 특정 집단에만 편향된다면 정의롭지 못하다. 퇴계가 인과 함께 강조한 의(義)는 바로 이러한 옳음의 기준을 세우는 힘이다. 리더가 인사 문제를 처리할 때 사적 친분이 아니라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적용해야만 공동체는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원칙 없는 선의는 편파적 온정주의로 흐르기 쉽고, 이는 도덕적 판단의 균형을 깨뜨린다.


셋째는 공동체적 책임이다. 리더의 결정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퇴계가 공(公)의 정신을 강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리더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 안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당장의 이익을 얻더라도 결국 더 큰 손실을 불러온다. 환경 문제나 사회적 불평등을 다루는 오늘날의 현실은 리더에게 더욱 강한 책임 의식을 요구한다. 단기 성과보다 공동체 전체를 위한 결정을 내릴 때, 비로소 도덕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따로 떨어져 작동하지 않는다. 선한 마음은 인간적 온기를 불어넣고, 공정한 원칙은 그 마음이 정의의 길을 걷도록 인도하며, 공동체적 책임은 그 결정을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어느 하나만 강조된다면 균형이 무너진다. 선의만 있고 원칙이 없으면 감정적 온정주의가 되고, 원칙만 있고 선의가 없으면 차가운 형식주의가 되며, 공동체적 책임이 빠지면 결정은 개인적 차원에 머무른다.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에만 온전한 도덕적 판단이 가능하다.


AI 시대에 이 기준은 더욱 절실하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 결과를 제시할 수 있지만, 타인의 아픔을 느끼거나 정의를 고민하지는 못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 최종 결정은 인간의 몫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성찰하며 결정을 내려야 한다.


리더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이 결정에 선한 마음을 담았는가?”
“나는 원칙을 지켜 공정하게 판단했는가?”
“나는 공동체의 책임을 충분히 고려했는가?”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을 때, 그 결정은 비로소 도덕적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이어가는 리더만이 공동체로부터 신뢰받는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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