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의 최종 목표는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욕망과 양심이 충돌하는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세우는 것이다.
퇴계는 이 길의 출발점을 경(敬)에서 찾았다. 경은 단순히 단정함을 유지하는 태도가 아니라, 마음을 바르게 주재하는 힘이다. 경을 통해 흩어진 마음을 모으고, 외부의 자극에 쏠리지 않으며, 자기 안의 본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이는 리더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내적 토대다.
또한, 마음 주재자가 되는 길에서 중요한 훈련은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에도 삼가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마음을 살피는 습관은 내면의 질서를 세우는 기본이다. 외부의 감시나 규율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찰과 주의(注意)가 마음을 이끌어간다. 바로 이때 인간은 외부 조건에 휘둘리는 피동적 존재에서, 자기 삶을 주도하는 능동적 존재로 거듭난다.
현대적 맥락에서도 이 가르침은 유효하다. 우리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끊임없는 자극을 받고, 타인의 시선에 쉽게 흔들린다. 이런 시대에 마음의 주재자가 된다는 것은 곧 내적 주권을 회복하는 일이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외부 요인에 빼앗기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 주재자가 되는 첫걸음은 거창하지 않다. 그것은 하루 5분의 성찰, 짧은 호흡의 집중,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는 일기와 같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이 작은 습관들이 모여, 결국에는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고 삶을 바르게 이끄는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마음 주재자’가 되는 길은 먼 이상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삶의 태도다. 오늘 내가 내 마음을 얼마나 주재하고 있는지 묻고, 작은 순간부터 경(敬)과 신독(愼獨)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곧 심학이 가르쳐 준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