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오늘을 설계하는 리더

서명도의 지혜와 코비의 ‘끝을 생각하는’ 리더십

by 이재현

퇴계가 서명도(西銘圖)를 가르친 까닭은 단순히 도덕을 설파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제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하나였다.

“삶은 하늘의 명(命)을 완성하는 여정이며, 그 끝을 생각할 때 비로소 올바르게 산다.”


주돈이는 서명에서 “하늘은 만물을 낳되, 그 뜻을 인간에게 맡기셨다”라고 했다. 하늘의 뜻을 이어받은 인간은 단순히 생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뜻을 세상 속에서 실현해야 할 도덕적 주체다. 그러므로 진정한 리더는 ‘지금 무엇을 얻을까’를 계산하기보다, “내가 떠난 뒤, 어떤 세상을 남길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스티븐 코비가 말한 두 번째 습관,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Begin with the End in Mind)”는 바로 이 지점에서 퇴계의 서명도와 깊이 맞닿는다. 코비는 말한다.

“당신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어떤 말을 하길 바라는가? 그 비전이 곧 당신의 오늘을 설계하는 나침반이 된다.”


삶의 끝을 생각한다는 것은, 죽음을 떠올리는 일이 아니라 삶의 본질과 목적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하루하루의 행동을 ‘하늘의 뜻’과 연결시키는 자각이다. 퇴계는 이를 ‘경(敬)’으로 표현했다. 경이란 순간을 허투루 살지 않는 마음, 지금의 선택이 궁극의 도(道)에 합당한 지를 살피는 태도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바로 이 ‘끝의 관점’을 되살리는 데 있다.


기술의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정보는 넘쳐나지만, 우리의 삶은 오히려 방향을 잃기 쉽다. 끝을 생각하지 않는 기술은 목적을 잃고, 끝을 성찰하지 않는 리더는 자신을 잃는다. 삶의 끝에서 오늘을 설계하는 리더는 ‘지금의 편리함’보다 ‘미래 세대의 선’을 생각한다. 그는 단기적 성과보다 지속 가능한 가치,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행복을 우선한다. 그에게 하루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하늘이 맡긴 사명을 완성해 가는 하나의 기회다.


퇴계는 이런 삶을 “하늘과 하나 되는 공부(敬以貫之)”라 불렀다. 하루의 일과, 한마디 말, 한 가지 선택 속에서도 ‘마지막 날’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비추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끝에서 오늘을 사는’ 공부다.


“오늘의 선택이 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부끄럽지 않기를.” — 스티븐 코비

“하늘이 준 본성을 다한다면, 그것이 곧 천명을 완성하는 길이다.” — 『서명(西銘)』


AI 시대의 리더는 ‘기술의 속도’보다 ‘삶의 방향’을 알고, ‘지금의 성공’보다 ‘마지막의 의미’를 바라본다.
끝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오늘을 가장 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 그런 리더의 하루하루가 쌓여 결국 하늘의 뜻을 완성하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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