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보다 마음 관리가 먼저다

소학도(小學圖)와 마음의 질서를 세우는 리더십

by 이재현

퇴계 이황은 『소학도(小學圖)』를 통해 일상의 질서가 곧 마음의 질서임을 가르쳤다. 그는 “사람이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경(敬)으로 모으면 만사가 다스려진다”라고 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의 정돈은 결국 내면의 중심이 바로 섰을 때 가능하다는 뜻이다. 현대의 리더가 아무리 촘촘한 일정표를 짜도 마음이 흐트러져 있으면 시간은 늘 부족하다. 반대로 마음이 정제되어 있으면 같은 하루도 훨씬 여유롭고 깊게 흐른다.


오늘날 우리는 ‘시간 관리’라는 말을 습관처럼 쓴다. 할 일 목록을 만들고, 분 단위로 일정을 쪼갠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시간 안의 나의 상태다. 일정이 아무리 완벽해도 마음이 분주하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반대로 마음이 고요하면 짧은 시간도 충만하다. 코비가 말한 ‘긴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는 원칙은 단순한 우선순위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진짜 중요한가’를 분별할 수 있는 마음의 투명함이 먼저다.


퇴계의 “경(敬)”은 바로 그 투명한 마음의 상태를 뜻한다. 경은 긴장된 집중이 아니라, 한결같은 깨어 있음이다. 밥을 먹을 때는 밥 먹는 일에, 말을 할 때는 말에, 공부할 때는 공부에 마음을 다 두는 것이다. 이런 마음의 일체감이 쌓이면, 시간은 더 이상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경험이 된다. 리더가 회의 중에도 마음이 분산되어 있다면, 아무리 많은 회의를 해도 결론은 흐려진다. 그러나 경의 태도로 임하면 짧은 한마디에도 깊은 통찰이 담긴다.


AI 시대의 리더십 또한 이 ‘마음 관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AI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지만, 방향을 정해 주지는 않는다. 데이터를 분석할 수는 있어도,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일인지는 오직 인간의 마음이 결정한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는 AI 도구보다 먼저 자신의 내면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하루를 시작할 때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하는 루틴—이것이 리더의 가장 강력한 생산성 도구다.


퇴계의 소학정신은 결국 이렇게 묻는다. “너의 하루는 얼마나 바른 마음으로 시작되는가?”
시간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 집중할 때 비로소 시간은 내 편이 된다. 일정표를 채우는 리더가 아니라, 마음의 평형을 세우는 리더—그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시간 경영자이다. 마음의 질서가 곧 삶의 질서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리더십의 첫 번째 관리, ‘마음 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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