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연결하는 리더의 지혜
백록동규(白鹿洞規)는 학문의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성장하도록 만든 공동체의 약속이었다. 그 중심에는 “서로를 탓하지 말고, 함께 도를 구하라”는 정신이 흐른다. 즉, 다름을 비난하지 말고, 진리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뜻이다. 주희와 퇴계가 강조한 공동체의 윤리는 일치의 강요가 아니라, 다양성의 조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퇴계는 제자들과의 토론 속에서 언제나 의견의 차이를 환영했다. 그는 “의논은 진리를 밝히는 길이니, 다름은 스승이 되는 것이다”라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는 순간, 그 긴장 속에서 새로운 통찰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갈등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이 없으면 성장은 없다. 진정한 리더는 갈등을 없애는 사람이 아니라, 갈등을 자원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스티븐 코비 역시 제6습관 ‘시너지를 내라(Synergize)’에서 같은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배경, 사고, 경험이 다르지만, 그 차이를 연결할 때 공동의 창의성이 폭발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그 안에서 배움의 단서를 찾는 태도 — 이것이 시너지의 핵심이다.
AI 시대의 협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인간의 감성과 AI의 이성, 예술가의 상상력과 엔지니어의 논리가 만나야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기술과 인문학, 젊은 세대와 시니어 세대, 현장 경험과 데이터 분석이 충돌할 때, 그 차이를 조율할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조화의 설계자’가 바로 현대의 리더다.
퇴계는 성학십도의 마지막에서 “서로 다른 마음이 함께 도를 이룬다(異心合道)”고 했다. 이는 다양성을 제압하지 않고, 그 안에서 하나의 길을 찾는 지혜를 말한다. 백록동규의 공동체는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면서도 공통의 도를 추구한 학문적 시너지의 장이었다.
오늘날 조직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많은 부분은, 사실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한 결과다. 리더는 의견의 차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른 관점이 충돌하는 자리에서야 비로소 새로운 질서와 창조적 해결책이 태어난다.
따라서 다양성은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혁신의 자원이다. 백록동의 정신이 그러했듯, 진정한 리더십은 사람들의 다름 속에서 진리를 찾고, 그 다양함을 묶어 더 큰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리더의 사명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다름을 나누지 말고, 다름을 연결하라.”
그때 비로소 갈등은 소멸이 아니라 성장의 동력이 되고, 공동체는 경쟁을 넘어 창조적 시너지의 길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