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敬)의 정신, 집중과 절제의 철학

심학도(心學圖)와 경재잠(敬齋箴)이 가르치는 내면의 리더십

by 이재현

퇴계 이황이 평생 붙잡았던 한 글자는 바로 ‘경(敬)’이었다. 그는 “경은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것(主一無適)”이라 했다. 경은 단순한 예절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힘이다. 『심학도』에서 퇴계는 마음이 흩어지면 성정이 요동하고, 성정이 요동하면 행위가 어지러워진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리더의 첫 과제는 외부의 혼란을 다스리기 전에, 자기 마음의 동요를 다스리는 일이다.


‘경(敬)’은 집중의 철학이다. 주자는 이를 “항상 깨어 있음(常惺惺)”이라 했고, 퇴계는 “일상에서 경을 놓치지 않음이 공부의 근본”이라 했다. 오늘날의 리더십 언어로 바꾸면, 이는 곧 마음의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다. 회의 중에도, 대화 속에서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자각하는 것—그것이 ‘경’이다.


그러나 경은 단지 집중의 훈련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절제(節制)의 덕목을 내포한다. 퇴계는 『경재잠(敬齋箴)』에서 “사사로운 욕심이 경을 해친다”고 경계했다. 마음이 욕망에 흔들릴 때, 리더십은 왜곡된다. 권력에 취하고, 성과에 눈이 멀며,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는 순간 ‘경’은 무너진다. 절제는 단순히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목적을 위해 작은 유혹을 넘는 힘이다.


스티븐 코비는 이것을 ‘자기 통제(Self-discipline)’라 불렀다. 그는 “자율(自由)이란 욕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선택할 자유”라고 말했다. 코비의 ‘자기 통제’는 퇴계의 ‘경’과 맞닿아 있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한 리더십은 외부의 통제가 아니라, 자기 안의 질서로부터 나온다고 보았다.


AI 시대의 리더에게 ‘경’은 더욱 절실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집중은 사라지고 즉흥적 반응이 리더십을 대신한다. 그러나 ‘경’은 디지털 소음 속에서도 깨어 있는 정신의 나침반이 된다. 수많은 선택 앞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고,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중심축이 바로 ‘경’이다.


퇴계는 하루를 시작하며 마음을 곧게 세우고, 글을 읽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것으로 ‘경재(敬齋)’의 의식을 지켰다. 현대 리더의 일상에서도 이 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침의 명상, 조용한 독서, 하루의 목표를 세우는 습관—이 모든 것이 오늘의 “경재잠”이다. 그것은 마음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하고, 리더의 존재를 맑게 비춘다.


‘경’의 정신은 결국 집중으로 시작해 절제로 완성되는 내면의 리더십이다. 외부의 유혹을 끊고, 내면의 중심을 세우는 자만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퇴계의 ‘경’이 가르치는 길은, 오늘의 리더가 AI 시대의 속도 속에서도 정신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찰이 없는 리더십은 오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