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흥야매(夙興夜寐), 아침의 루틴, 밤의 성찰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와 리더의 하루를 설계하는 철학

by 이재현

퇴계 이황이 『성학십도』에 그려 넣은 숙흥야매잠도(夙興夜寐箴圖)는 리더의 하루를 설계한 시간의 지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 늦게 잠들되, 마음을 게을리하지 말라.”
이 짧은 경구 속에는 자기 수양의 리듬리더의 일상 루틴이 녹아 있다.


‘숙흥(夙興)’은 하루를 준비하는 정신의 기상이다. 퇴계에게 아침은 단순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마음을 새롭게 세우는 시간이었다. 그는 새벽마다 몸과 마음을 정돈하며 글을 읽고, 자신이 오늘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지 점검했다. 현대의 언어로 바꾸면, 그것은 ‘모닝 루틴(Morning Routine)’이다. 리더의 하루는 일정이 아니라 태도를 바로 함에서 시작된다. 세상보다 먼저 일어나 마음을 깨우는 사람, 그가 진정한 의미의 선도자다.


반면, ‘야매(夜寐)’는 단순히 잠드는 시간이 아니다. 퇴계는 하루의 끝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시 비춰보는 시간, 즉 ‘성찰의 의식’을 가졌다. 오늘의 말과 행동, 타인에게 미친 영향,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보는 것—이것이 리더십의 저녁이다. 코비가 말한 ‘자기 쇄신(renewal)’의 습관, 즉 하루를 돌아보며 내면을 다듬는 과정이 바로 여기에 닿는다.


‘숙흥야매’의 핵심은 루틴의 반복을 통한 내면의 정화다.
리더십은 단숨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침의 집중과 저녁의 성찰이 매일 이어질 때, 리더는 흔들리지 않는 자기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이 일상의 순환이 바로 퇴계가 말한 ‘공부의 끈’이다.


AI 시대의 리더에게 이 루틴은 더욱 중요하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일정을 대신 짜주고, 정보가 쉼 없이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자기 시간을 지키는 의식이 필요하다.
아침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 것인가”를 묻고,
밤에는 “무엇을 이뤘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를 묻는 것—
이 두 질문이 하루를 완성시킨다.


퇴계의 숙흥야매잠도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하루는 깨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그 하루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가?”
리더십의 깊이는 하루하루의 루틴 속에서 다듬어진다.
아침의 맑음과 밤의 고요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는 리더,
그가 바로 시대를 이끄는 진정한 심학(心學)의 리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경(敬)의 정신, 집중과 절제의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