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여정

by 이재현

“왜 그러니, 존? 왜 그래? 여느 새들처럼 사는 게 그리 어려운 게냐, 존? 저공비행은 펠리컨이나 앨버트로스에게 맡기면 안 되겠니? 왜 먹지 않는 게냐? 얘야, 비쩍 마른 것 좀 봐라!” “비쩍 말라도 상관없어요, 엄마. 저는 공중에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그냥 알고 싶어요.”


그는 앞날개를 접고 짧고 각진 날개 끝을 뻗어 바다 쪽으로 곧장 날아 내려갔습니다. 조나단은 한계속도에 도달했고, 더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그 속도에서 날개가 펴지면 몸이 산산조각 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는 힘이었고, 속도는 환희였으며, 속도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조나단’은 리처드 버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주인공 갈매기입니다. 비행의 의미를 먹이를 구하러 가는 수단 이상으로 보고, 자신의 한계를 깨려고 애쓰는 갈매기입니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바로 비행이었습니다. 그는 위풍당당한 새였고, 매일 몇 시간이고 비행하고 어려운 기술들을 시험하며 보냈습니다.


조나단은 더 높이 날았고 더 멀리 볼 수 있었기에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절에 대해 배운 것을 수련하고 사랑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자신의 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졌습니다. 외로운 과거를 보냈지만 진실을 터득할 기회를 구하는 갈매기에게 그가 아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조나단이 사랑을 펼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느 새들처럼 사는 것, 고작 배에서 나오는 먹이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자신의 한계를 깨려고 애쓰는 조나단은 위풍당당합니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우리에게 돌아와 그의 경험을 나누어 주면서 그의 여정은 마무리됩니다. 그는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대학공부는 미국에서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고등학교 다닐 무렵 우리의 가정경제는 최악이었습니다. 아내는 이미 2년 전에 아이들 교육을 위하여 20년의 교직에서 명퇴하였고, 나는 하던 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기를 은근히 바랬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포기하기를 거부하였습니다.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 년을 보냈고, 그다음 해 아들이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둘은 동시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앞이 보이지 않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1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딸은 대학을 마치고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하였고 곧 있으면 엄마가 됩니다. 아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랜 기간에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다니다 지금은 학교로 돌아가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미국으로 떠난 후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새로운 일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15년 경력을 가진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 모두가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자칭 가정경영 CEO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여정은 힘들었던 만큼 보람이 있었습니다. 어려울 때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방향을 잃지 않도록 안내를 하는 훌륭한 스승들을 만났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스캇 펙은 참사랑의 의미와 함께 어떻게 자녀를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주었고,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조셉 캠블은 인생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려주었습니다. <분석심리학의 탐구>를 통하여 융을 만났고, ‘나를 찾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신랑을 신뢰하고 존경한다. 신랑에게 감사한다” 아내가 써 놓은 글에서 보았습니다. “아빠는 저에게 최고의 멘토예요”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딸과 아들로부터 받은 최고의 선물입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는 그 노력이 사랑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내 삶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좀 더 깊이 있고 아름다운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얼마 후면 딸이 엄마가 됩니다. 딸이 나보다 더 멋진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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