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광 빌라”는 지난주에 종영된 TV 주말 드라마 제목입니다. 우리 부부는 지난 몇 달 동안 주말이면 이 드라마와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함께 즐긴 훈훈한 드라마였습니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관심을 보였던 인물은 제임스(우정호)라는 우리 또래의 60대 남성입니다. 그는 매우 고집스럽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입니다. 가정에서나 회사에서 매우 권위적으로 행동하기에 아내와 아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회사 직원들에게는 기피당하는 어찌 보면 매우 외로운 사람입니다. 결국 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아내와는 이혼하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고, ‘삼광 빌라’라는 공간에 들어와 청년시절 자신의 별명이었던 제임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삼광 빌라의 여주인 ‘순정’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 셋을 입양하여 키우며 남편 없이 홀로 살아온 중년의 여성입니다. 이 공간에는 아이 셋 말고도 밖에서 상처 받고 돌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엄마와 같은 ‘순정’의 사랑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제임스 또한 이곳에서 완고하게 살았던 한때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순수했던 젊은 시절의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행복해하는 제임스를 보며 아들도 그를 아버지가 아닌 제임스로 좋아하게 되고, 이혼한 아내도 새로운 시각으로 남편을 보기 시작합니다. 나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곳, 과거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곳, 바로 이 공간이 천국이라고. 그리고 순정이 마음이 엄마의 마음이고, 바로 엄마의 마음이 천사의 마음이라고.
제임스는 삼광 빌라에 머무는 동안 동네 음식점에서 알바를 합니다. 그 시간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젊은 동료 직원에게 일을 배우는 일도 마냥 즐겁습니다. 배달하는 일은 더욱 즐겁습니다. 나중에 기억이 돌아와 다시 회사의 사장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즐거웠던 그 추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임스는 회사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다시 그곳에서 알바를 계속합니다.
우리 집 앞에는 할인마트가 있습니다. 나는 마트의 단골입니다. 마트가 바로 집 앞에 있기에 하루에 두세 번은 방문합니다. 마트 주인은 내가 집에 있는 남자라는 것을 아는 눈치입니다. 하루는 마트 주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평일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일할 의향이 있느냐고. 나는 그 자리에서 즉답을 피하고 생각해보겠다 했습니다. 곰곰이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경제활동을 못 한지가 좀 되어 약간 무기력하다는 생각에 잠깐 흥미가 갔으나 왠지 자신이 없어 그럴듯한 핑계로 거절했습니다. 지난주에 마트 주인은 아내를 통해 다시 제안을 했습니다. 주말에만 할 수 있겠느냐고. 아내는 은근히 내가 수락했으면 하는 눈치였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저녁시간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상품 정리, 주변으로의 급한 배달(내 근무 시간인 저녁 10시부터 12시까지는 급한 배달이 거의 없다 함), 물건값 계산, 그리고 12시에 마트 문을 닫는 일입니다. 물건값을 계산하는 일 말고는 그리 어려운 일은 없어 보입니다. 내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동료 여직원은 내게 “꿀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며칠 동안 그 선배로부터 캐쉬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내게는 상당히 복잡하고 꽤나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기억해야 할 품목도 많고, 실수하지 말아야 할 사항도 많습니다. 배우는 동안 선배로부터 꾸지람도 듣고 칭찬도 듣습니다.
나의 영어 이름은 ‘제임스 리’입니다. 예전에 에어비엔비(공유 숙박업)의 호스트를 하면서 외국인 게스트에게 나를 소개할 때 사용하였던 이름입니다. 내가 삼광 빌라의 제임스에게 더욱 친근함을 느껴졌던 것은 아마도 ‘제임스’라는 이름 덕도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제임스가 음식점 알바를 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나, ‘제임스 리’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트 알바를 하면서 행복할 것입니다.